[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1. 화석에너지는 정치적 불안의 제1 요소
[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1. 화석에너지는 정치적 불안의 제1 요소
  • 남부섭
  • 승인 2018.07.23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우리 사회는 현 정권이 탈핵·탈석탄, 친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사회의 큰 논쟁거리로 대두됐다.

에너지 문제가 과거에는 전력이 모자라고 석유가 비싸다는 이유로 절약하자는 단순한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논쟁은 ‘원전을 폐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하는 일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인가’, ‘원전이나 석탄발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 ‘원전·석탄을 줄이는 대신 가스발전을 늘리는 것은 또 올바른 정책인가’ 등 복합적인 에너지산업 구조를 논하는 것으로, 일반 국민은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언론이 생산해 내는 정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국민들의 이해는 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에너지 문제를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만 제대로 알아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경제·산업·기후·환경 등 그야말로 현대 사회에 있어 가장 기저를 이루는 경제재다. 여기에 정치적 요소가 깊이 개입되어 세계 경제·정치를 좌우하는 첫 번째 품목이다.

국가를 지키는 것이 군사력이라 한다면 경제를 지키는 것은 에너지라 할 정도로 평상시 에너지의 원활한 수급은 국가 경제를 운용하는 데 있어 제1의 요소라 하겠다. 

과거 중동의 정치적 불안은 모두 석유자원의 확보를 둘러싸고 일어난 정치적 문제다. 미국은 세계 인구의 5%도 안 되지만 화석에너지의 25%를 소비하는 에너지 최다 소비국이다. 자국의 석유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중동의 석유 확보는 국가 경제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의 중요한 문제였다.

미국은 알다시피 중동에서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다. 그 모든 것이 석유자원의 확보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중동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은 자국의 셰일가스 생산 덕분이다.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들이 자원을 무기로 활용하면서 우리나라도 고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석유공급을 거절당해 국가적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다행히 최 권한대행이 중동을 직접 방문해 해결하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에너지가 거의 고갈된 상태의 유럽 국가들이 지금의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공급받게 되자 과거 소련 정부는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수없이 이용하였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소련이 수시로 가스관을 잠그는 바람에 에너지의 안보문제에 대단히 민감하다.

우리는 가스를 선박으로 실어 공급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파이프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가스사들은 언제 어떤 관에서 공급을 중지할지 모르는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보통 10여 개의 공급관을 가지고 여러 곳에서 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결할 능력이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소련을 상대로 속수무책이었다.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약소국은 에너지를 강대국으로부터 파이프와 같은 강제적인 구조로 공급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남북 사이에 평화관계가 이루어지면 에너지 문제의 최대 관심사는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파이프로 공급받는 일이 될 것이다.

파이프를 통해 공급받으면 현재의 선박 공급체계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가스 100%를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를 통해 공급받을 경우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70년대에는 에너지는 안보적 차원에서 다룬다는 말을 많이 들어 왔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중동외교를 강화하고 석유비축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북아 오일허브까지 추진하여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기반을 구축하였다.

세계 경제가 2차 대전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에너지 자원의 확보는 국가 경제를 유지·발전시키는 제1의 물자가 되었다. 따라서 지구촌에 편중된 에너지 자원은 정치적 불안을 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에너지로 인한 정치적 불안은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셰일가스의 넘치는 생산으로 해외 의존도가 줄어든 데다 재생에너지의 등장으로 화석에너지의 소비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화석에너지가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이라고 하지만 실상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다. 

미국 셰일가스가 생산되지 않고 재생에너지 생산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석유는 배럴당 200불이 넘어섰을 것이다. 정치적 경제적 불안이 극도에 달해 있지 않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계속>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