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신문] 세계 경제 상황을 비교적 생생하게 전달하는 몇 가지 지표가 있다. 미국 증시, 미국 국채금리, 원유 가격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날 것 그대로의 세계 경제를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면 바로 원유 가격이 아닐까.
원유 가격이 최근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경제를 대하는 각국의 태도가 유가를 오르내리게 한다. 최근 유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으라면 바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다. 이 두 나라는 세계 원유와 석유제품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경쟁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 셰일유와 셰일가스가 경제성 있는 자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은 원유 순 수입국에서 순 수출국으로 돌아섰다. 국제 원유 거래가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은 교환물과 교환 수단을 모두 쥐고 흔들며 석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당장 이란산 원유 수출을 가로막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유가예측은 양방향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로 미국은 다른 산유국들이 이란의 평균 생산량 정도는 충분히 보충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게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전횡을 두고 볼 수 있을까. 그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중국에도 유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원유와 석유제품 소비량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성장세는 한풀 꺾인 모양이지만, 여전히 중국은 다른 나라의 석유가 필요하다.
2030년이면 최정점에 달해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를 원유와 석유제품이 차지한다는 보고서까지 등장했다. 12년 뒤 중국의 산업과 인구 수준을 생각하면 수긍할만한 해석이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원유를 뿌리쳤다. 그 결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중국이 배짱을 부리는 배경은 분명하다. 미국에 호의가 없거나 오히려 적대감을 드러내는 산유국들은 중국 앞에 늘어설 수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와 이란 같은 나라들이 중국의 결정을 자국에 유리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벌이는 이 흐름이 국제유가의 오르내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국제유가는 화력발전, 재생에너지, LPG·LNG 산업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