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안 한 의원들, 국감서 공방 벌일 자격 있나
공부 안 한 의원들, 국감서 공방 벌일 자격 있나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10.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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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분야 국감에서 야당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잘못된 점을 개선하는 데에는 여야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생트집을 잡아서는 안 된다.

한 의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절반 이상을 발전단가가 비싼 신재생발전 관련 사업에 쓰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그와 비교해 원자력발전사업에는 왜 전력기금이 적게 쓰이느냐고 따졌다. 노골적인 원전 죽이기와 신재생 키우기 의도가 드러났다는 언급도 있었다.

원래 전력기반기금은 원자력이든 신재생이든 발전 사업에 사용하는 게 아니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시에 도입된 전력기금은 한전이 수행해 온 농어촌 전화(電化)사업, 전기안전 홍보 등의 중요한 공익적 기능 수행이 불투명해지면서 보완대책으로 도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태 전 산자부에 제출한 전력산업 개혁방향 보고서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지원하는 사업의 요건으로 공익성이 있어야 하고, 전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력기금이 뒤죽박죽 된 사정은 대충 이렇다. 기금을 쌓는 것은 수월했다. 하지만 쌓아만 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래서 공익 목적 사용처로 찾은 것이 신재생에너지발전과 국내무연탄발전 등이었다. 그 외에 다양한 원자력과 화력분야 기술개발 사업을 추가했다.

또 2016년과 2017년 국정감사에서 문제로 제기됐던 원자력 홍보 등에도 많이 지출됐었다. 결과적으로 목적에 맞지 않는 지출이 늘어났다. 기금을 처음 마련할 당시의 원 목적이기도 하고 공익성도 강한 전기안전 및 전기절약 홍보는 여전히 미흡하다.

해당 의원의 지적은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면에서 들어둘 만한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무조건 정부 입장의 반대편에 서서 사안을 삐딱하게 보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원래 목적에 왜 지출되지 않느냐를 따져야 하고, 그 목적에 맞는 만큼 걷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야 하고, 기금을 관리하는 주체가 과연 적절한지를 따져야 한다.

다른 의원은 대통령 임기 내에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정부의 언급을 ‘포퓰리즘’이라며 공격했다. 균등화발전원가 등과 같은 논의를 더 정교하게 하자는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인 듯 보였다. 에너지 분야 국감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지적이긴 하지만, 무리한 점은 있다.

전기료는 물가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공요금이다. 정부가 인상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오보’만으로도 당장 물가가 출렁거리는 것이 사실이다. 인상한다는 신호를 분명히 주려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여야 하는데 국내 상황은 그렇지 않다.

전력공급 사업에서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사업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고,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여전히 계속될 일이다. 다만 그 정도를 줄이는 일에 정부와 국민, 기업이 더 노력해야 할 필요는 있다.

11일의 국감은 자정을 넘겨 12일까지 ‘1박 2일’ 국감이 됐다. 에너지 분야 국감이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격 측이든 수비 측이든 서로 몰라서 공방이 이어지고, 그 때문에 시간이 지연된 것이라면 아무리 시간을 많이 들이고 땀을 많이 흘리고 힘을 많이 쏟았어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가 감사와 각종 예산 심사에서 다루는 나라의 살림은 세세하게 신경 쓰려면 한도 끝도 없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기는 하지만, 상임위를 따로 두는 것은 다 전문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살피고 정확하게 지적할 수 있다.

산자위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국회의원도 이제 보좌관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꼭 필요한 질문을 해서 꼭 필요한 대답을 듣고 나라 살림을 제대로 일궈 나가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 국감에서 쓸데없는 공방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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