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톡톡(talk talk)]원통형 배터리, 설움 딛고 몸값 치솟은 이유는?
[에너지 톡톡(talk talk)]원통형 배터리, 설움 딛고 몸값 치솟은 이유는?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11.19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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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기 경량화로 ’11년 정점으로 내리막
무선청소기·전동공구·전기차 등장하며 각광
용량·크기 업그레이드 하며 시장 파고들어

[한국에너지신문] 배터리 업계에서 한때 승승장구하던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제품군이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것은 90년대 초 캠코더 시장에 진입하면서부터입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초 정보통신산업의 주력 제품인 노트북이 등장하면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2002년 당시 수요는 3억 셀 수준이었지만, 8년 후인 2010년에는 16억 셀로 확대되면서 성장률은 20% 내외로 껑충 뛰어오릅니다.

하지만 그램(g) 단위의 무게와 단출함을 자랑하는 초경량 초슬림 노트북의 등장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광은 원통형 배터리의 왕좌를 위협했습니다. 결국 태블릿과 패드의 등장, 스마트폰 고성장 등 산업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2011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으로 치닫습니다.

그런데 산업계에는 어떤 제품이든 기술이든 일단 개발되면 완전히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과거 일반인들이 지금의 휴대폰처럼 가지고 다니던 삐삐(무선호출기)의 기술이 병원 비상 호출이나 커피숍 매장의 고객 대기에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사업에 실패한 큰 형 취급을 받았던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도 최근 기사회생하고 있습니다. 2013년과 2014년 사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탔습니다.

국내에서는 무선청소기, 해외에서는 전동공구 시장이 커지면서 원통형 배터리의 몸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에서는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아웃도어 관련 제품 판매가 늘고 있죠. 대표적인 제품이 전동공구와 정원 공구입니다.

전기 코드 대신 원통형 배터리를 전력원으로 쓰는 ‘코드리스’ 전동공구도 수년 새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원통형 배터리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벽을 뚫는 전동공구, 정원을 손질하는 정원 공구, 청소기 같은 소형 가전제품들도 사용 편의와 휴대성이 강화된 ‘코드리스’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며 원통형 배터리 채용은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외에 골프 카트와 전기자전거, 전기차 등에도 활발하게 탑재되면서 전성기를 다시 한번 맞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초창기만 해도 각형과 파우치형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적합하냐는 논쟁이 있었지만, 현재는 원통형 배터리가 각광을 받게 됐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통형은 배터리 시장에 등장해 30년간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기술보다도 장점이 많습니다. 규격 표준화, 대량 생산 용이성, 검증된 안전성, 가격 경쟁력, 축적된 신뢰성 등이 그것입니다.

더구나 대형 애플리케이션에 새로 적용하기 위해 새로운 규격의 배터리를 공급받기보다는 원통형 배터리를 여러 개 붙여 사용하는 게 더 편하기도 합니다.

성장세도 우연은 아닙니다. 노트북이나 전동드릴에 3~6개 정도 들어가던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에는 한 대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가 탑재됩니다. 잠재 수요는 과거 30년 동안의 판매량을 단 몇 해에 달성할 만큼 엄청납니다.

전체 생산분 가운데 이들 품목에 들어가는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비중은 올해 96% 수준이 되고, 휴대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IT제품의 비중이 나머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삼성SDI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21700’ 배터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형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용량과 크기를 업그레이드한 지름 21㎜, 길이 70㎜의 사이즈를 자랑하죠.

수십 년간 ‘표준’으로 자리 잡았던 18650은 지름 18㎜, 길이 65㎜였는데, 고용량, 장수명, 고출력 배터리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을 최대 50%까지 늘리고 사이즈도 커진 배터리가 등장한 것입니다.

원가 경쟁력도 뛰어납니다. 업계에서는 21700 배터리가 이러한 장점을 살려 기존 제품들에도 빠르게 적용되면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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