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잊지 말아야 하는 사고와 그 교훈
[전문가 칼럼] 잊지 말아야 하는 사고와 그 교훈
  • 천영우 인하대학교 대학원 교수
  • 승인 2018.11.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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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교수
천영우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흔히 망각(忘却)이란 신이 주신 선물이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픈 기억들을 빨리 잊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살기를 바랄 것이고, 아픈 기억을 애써 꺼내 다시 아파하기보다는 가슴 한편에 깊이 묻어두거나 자연스럽게 잊히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아프지만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바로 대형 재난·사고와 그로부터 얻고 간직해야 할 교훈들이다.

지난 11월 14일 ‘구미 불산 누출사고 6주기 포럼’이 개최됐다. 행정안전부·환경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소방청의 정부 관계기관 후원과 한국위험물학회 주관, 그리고 정부 화학사고 전문조직들과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휴브글로벌 사고 이후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 개선 성과 및 향후 발전 방향’이란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이 있었다. 어쩌면 이는 조금은 달라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88년 7월 6일 영국 북해에서 파이퍼 알파(piper alpha)라는 시추선이 폭발해 167명이 사망한 대형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이후 영국의 안전 관련 시스템의 중대한 변화가 있었고, 사고의 발생 원인 및 경과는 모두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사고에 대한 추념(追念)일 것이다.

매년 7월 6일이 되면 관계 정부기관, 언론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기억하고 보도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인도 중부 지방도시 보팔(Bhopal)에서는 매년 12월 2일이 되면 정부 주도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 초빙 포럼과 추념 행사가 개최된다.

세계 각국 혹은 국제사회에 안전 관련 많은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20세기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되는 1984년 ‘보팔 참사(Bhopal disaster)’는 30년이 흘렸지만 수많은 사람의 상흔은 아직까지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그 당시 약 50만 명이 화학물질에 노출되었고 공식적으로 지금까지의 사망자가 2000명 이상, 부상자나 한시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수십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최근 몇 년 사이 대형사고를 경험했다. 2012년 9월 27일 경상북도 구미 4공단 내 휴브글로벌의 불산가스 누출 화학사고가 있었고, 날짜를 특정 지을 수는 없지만 2011년 원인이 밝혀지고 현재까지 200명 이상의 사망자 발생 및 아직도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있으며, 정말로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있었다. 

이들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및 안전 관련 정책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관계기관, 단체 및 시민들의 요구 사항과 눈높이 또한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고에 대한 기억, 바뀐 제도 및 시민의 눈높이가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점차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을 따라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제 수년이 지났으니 굳이 아픈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발생된 사고를 기억하지 않고 그 사고로부터의 교훈을 잊어버리면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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