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슈퍼그리드 유감
동북아 슈퍼그리드 유감
  • 남부섭
  • 승인 2018.12.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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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중국과 몽골 만주에서 전기를 끌어 오자.” “이르쿠츠크에서 가스를 끌어오자.”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양대 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가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결 방책이다.

러시아에서 배관을 통해 가스를 끌어오는 일은 북한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남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잠잠한 상태이다. 중국이나 몽골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것 역시 북한을 경유하든지,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든지 해야 한다. 한전은 지난 11일 맥킨지컨설팅에 의뢰해 작성한 한·중·일·러 4개국 전력계통 연계방안을 담은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의 논리는 두 가지다. 전력 공급에 있어 섬과 다름없는 전력공급체계의 확대,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 들여오는 것이 비용 면에서 값싸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전임 한전 사장과 손정의 회장이 몇 해 전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이야기한 후속 조처로 보인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전력설비 용량이 1억㎾가 넘어 전기가 남아돈다.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줄어들고 인구도 줄어들어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밑돌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본지에서 얼마 전까지 에너지 주권에 대해서 연재했듯이 에너지는 자립이 최우선이다.

에너지뿐만 아니라 경제는 남에게 신세 지지 않고 자립할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잘할 수 있는데 구태여 중국에서 수입해오자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산업 사회에서 에너지보다 더 중요한 경제재는 없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를 짊어진 한전이 에너지를 자립할 생각은 하지 않고 스스로 에너지 속국으로 전락하겠다는 발상을 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나라 망신이다.

보고서에서 일본에 수출도 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일본에 확인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현실적으로 일본은 중국이 공짜로 준다 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생명줄을 중국에 맡길 턱이 없지 않은가? 근세에 ‘서방제국 하이에나’에 물어뜯긴 것을 갚기 위해 이를 갈고 있는 나라다. 방어 무기인 사드 배치에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우리가 중국의 국력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옛날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앞으로 중국은 조금만 수틀리면 경제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한전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발전을 책임진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고 있지만 한전은 계통망을 장악하고 민간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계통에 연계해 주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다. 현재 기술적으로 부하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라도 계통의 50%까지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계통에 연결시켜 주지 않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국회에서 재생에너지 이용보급에 대한 입법마저 가로막고 있는 것이 한전이다. 일각에선 한전이 없어져야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전은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수년째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입법 로비를 벌이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 공해 물질 배출 공장 등을 대거 동쪽으로 옮겨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최대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가 지금 중국과 해야 할 일은 중국이 하루라도 빨리 화석에너지를 줄이고 청정·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을 협력 추진하는 것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의 기업이다. 자신들 집단의 살길에 앞서 국가의 에너지 독립, 에너지 자립을 먼저 생각할 때 앞길이 보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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