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친환경 자동차의 효율 논쟁
[전문가 칼럼] 친환경 자동차의 효율 논쟁
  •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
  • 승인 2019.03.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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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남 교수
박진남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친환경 자동차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연비가 좋은 자동차이며, 연비가 좋을수록 연료 소모량이 적으므로 달리는 거리에 비해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이 적게 된다. 더 큰 개념으로 자동차의 제조,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평가하여 자동차의 친환경성을 볼 수도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자동차 간의 연비를 어떻게 비교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연비를 ㎞/ℓ로 사용하며 이는 휘발유 1ℓ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MPG(Mile Per Gallon)라고 하며, 가솔린 즉 휘발유 1갤런으로 주행할 수 있는 마일로 표시한다. 부피의 단위인 갤런은 미국 갤런과 영국 갤런이 각각 있으며, 미국은 1갤런이 약 3.785ℓ다. 1마일은 약 1.61㎞이므로, 1MPG는 약 0.425㎞/ℓ에 해당한다.  

휘발유 차량끼리는 간단히 연비를 비교할 수 있지만, 휘발유가 아닌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의 경우에는 어떻게 연비를 측정하고 비교할까? 미국 에너지부에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의 연비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의 경우에는 MPGe라는 조금 다른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

MPGe는 Mile Per Gallon equivalent를 뜻하며, 그 내용은 휘발유 1ℓ가 가진 에너지와 동일한 양의 에너지로 충전된 배터리 또는 휘발유 1ℓ가 가진 에너지와 동일한 에너지에 해당하는 양의 수소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뜻한다.    

많은 사람이 미국 에너지부의 자료를 보고 오해하는 것이 전기차의 연비가 수소전기차의 연비보다 2배 좋다는 내용이다. 물론 미국 에너지부에서 잘못된 자료를 제공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수치는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에서 한 연비에 대한 설명을 알고 있다면 이 수치를 보고 간단하게 전기차가 수소전기차보다 연비가 2배 좋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비교의 잣대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인 LNG를 수입하는 시점에서부터 생각해보자. 전기차의 경우에는 LNG를 이용해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하고, 이 배터리의 전기를 모터에 공급하여 주행한다.

이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은 주로 발전과 송전 과정에서 발생한다. 수소전기차의 경우에는 LNG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를 수소전기차에 충전한 후, 수소전기차의 연료전지로 발전한 전기를 모터에 공급하여 주행한다. 이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은 주로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발전에서 발생한다.

즉, 수소전기차는 수소전기차 내부에서 발전할 때의 에너지 손실이 크다. 결론적으로 LNG에서 출발한다고 할 때 전 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율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두 45% 전후로 비슷하다.

자료의 인용에 있어서는 단순히 숫자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자료가 생성된 배경이나 사용된 논리를 명확하게 판단하여야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모두 친환경차이며 우열을 다투기보다는 각자 전기 및 수소 충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데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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