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미세먼지, 그리고 우리사회의 위험소통은
[전문가 칼럼] 미세먼지, 그리고 우리사회의 위험소통은
  • 천영우 인하대학교 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4.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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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교수
천영우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이번 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고농도 및 초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최장 기록 경신’, ‘사상 최악’이란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고,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되었지만 희뿌연 날이 길어질수록 국민의 짜증이나 스트레스가 깊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일 하늘은 맑아져야 하고 내가 숨 쉬고 있는 공기 또한 쾌적했으면 하는 기대는 높아져 가고, 이런 기대에서 벗어나는 정도는 또 다른 위험(Risk)이라 볼 수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위험을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그 영향은 “기대와의 편차”로 정의하며, 안전공학에서는 ‘발생 가능성’과 ‘피해의 정도’의 조합으로 표현한다. 

한편, 우리가 미세먼지에 대해 체감하는 실제적인 위험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유해인자와 그것이 통제되지 못함에 대한 감정의 조합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리스크 컨설턴트인 피터 샌드먼(Peter Sandman)은 위험을 유해요인(Hazard)과 분노(Outrage)로 정의하면서 위험요인에 분노가 더해지면 위험이 극대화된다는 위험 분노이론을 제기하고 있다.

곧, 공학적 측면의 ‘발생 가능성’의 정량적 수치보다는 통제 가능성에, ‘피해 정도’ 또한 직간접적 불편함 혹은 잔혹성의 감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에,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해인자를 완전하게 제거 또는 제어하거나,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조절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로는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 국내 석탄화력발전소·경유차로 대표되는 자동차·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발생원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발생되는 미세먼지를 주요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고, 공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질소 등 전구체의 광화학반응으로 발생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발생원의 비율 등의 실태는 파악되고 있지 않다. 반면, 국민의 분노 게이지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피터 샌드먼은 위험원인의 자연성·통제성·만성·공평성·신뢰성 등 여러 요인으로 사람들의 분노 크기가 달라질 수 있고, 크기를 증폭시키는 추가요인으로 취약인구에 대한 효과, 미디어의 집중,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으로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분노 경향성을 비추어 볼 때 최근 하늘을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는 인공적이고, 만성적이며, 미디어에 집중되고 있고, 미래세대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분노하기 쉽고 큰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기 위한 위험소통은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본다.

문제 본질인 유해인자의 원인 및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며 분명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음에 대하여는 동의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에 따른 아전인수격의 대처로 일관성 있고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 및 피해 구성원에 대한 설명 부재, 향후 어떻게 그 원인을 제어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 제시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분명 미세먼지는 자연적인 것이 아닌 만큼 실질적인 위험소통과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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