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전기공사 통합발주 여전…업계 분통
공공기관 전기공사 통합발주 여전…업계 분통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5.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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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5주년 특집] 전기공사업계 “‘분리발주’ 법령 위반·안전 위협” 문제 제기
전기공사협회의 목포시 분리발주 촉구 집회
전기공사협회의 목포시 분리발주 촉구 집회

[한국에너지신문] 전기공사업계가 공공기관 건축 공사에서 통합발주 사례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최근 입찰공고가 이뤄진 대전 국제컨벤션센터와 목포 종합경기장 공사 등에서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공사협회는 대전시와 목포시에 분리발주를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대전컨벤션센터·목포종합경기장 공사
분리발주 촉구 궐기대회 열어
업계 “기술제안입찰, 시공 품질 저하 우려”
산자부 “기술제안입찰, 분리발주 대상”

통합발주 사례 중 하나인 대전컨벤션센터 조감도
통합발주 사례 중 하나인 대전컨벤션센터 조감도

대전컨벤션센터 공사는 대전시 유성구 엑스포로 87 일원에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4만 7701.60㎡ 규모에 전시장, 다목적홀, 주차장, 편의시설 등을 짓는 공사다. 사업기간은 2021년 12월까지로 약 807억원이 투입된다.

전기공사협회는 1년여 동안 수차례에 걸쳐 대전시 관계자 면담과 공문을 통해 대전컨벤션센터의 전기공사 분리발주를 건의해 왔다. 하지만 대전시는 입찰방식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4월 11일에야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 방식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협회는 충북도회, 세종충남도회의 전기공사기업과 협회 임직원 500여 명이 대전시청 앞에서 지난 10일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전시장과 편의시설 공사에 포함된 전기공사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공기술이 적용되는 공사다.

전기공사협회의 대전시 분리발주 촉구 궐기대회
전기공사협회의 대전시 분리발주 촉구 궐기대회

기술제안입찰이라는 이유로 일괄 통합 발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광주제2컨벤션센터, 경주컨벤션센터 등도 전기공사의 경우는 분리발주가 이뤄졌다.

전기공사업계의 문제 제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협회 중앙회와 전남도회 등의 인사 500여 명이 목포시에서 추진하는 ‘목포종합경기장 건립공사’에 분리발주를 적용하라며 궐기대회를 열었다.

목포종합경기장 건립공사는 92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목포시 대양동 산 124 일원에 지상 3층, 연면적 1만 6100㎡, 관람석 1만 6380명을 수용하는 종합경기장과 1만 3658㎡의 보조경기장을 짓는다.

이 공사에는 일괄입찰 방식이 적용됐다. 이곳 역시 주요 내용은 종합경기장, 보조경기장, 주차장 등의 건립공사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공사가 아니라는 점은 대전 사례와 비슷하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국내 대형 경기장 시설 분리발주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과 5개 경기장,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국제테니스장,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 외 5개 경기장에 적용됐다.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기술제안입찰로 수주한 종합건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전문시공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적정공사비가 부족해 시공 품질이 저하되거나 부실공사가 이뤄지면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분리발주’ 규정, 법률상 근거도 명확 

전기공사 분리발주 관련 법령
전기공사 분리발주 관련 법령

업계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분리발주는 전기공사를 정보통신공사, 건설공사 등 타 공종과 분리해 발주하는 것이다. 전기공사업 전문업체가 원도급자의 자격으로 직접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중시되고 있는 적정시공품질 확보와 공사비 절감, 중소기업의 보호 및 육성 등에 기여하는 점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법률상 근거도 명확하다. 전기공사업법 11조에 따르면 전기공사는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발주해야 한다. 시행령 상 예외도 공사의 성질상 분리해 발주할 수 없거나, 긴급을 요하고 기술관리상 분리해 발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도 건설공사는 토목, 건축, 산업설비, 조경, 환경시설 등에 국한되며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 문화재수리공사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대안입찰이 설계 시공 일괄입찰로 집행되는 경우에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분리발주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예외가 적용될 수 있는 경우도 아주 특수한 경우 뿐이다. 수년전 산자부는 분리발주 예외에 대한 사이버 민원에 답한 적이 있다. 당시 산자부는 예외는 시행령 8조에 따라 국가안보상 기밀을 유지해야 해 비밀리에 시공되는 공사이거나, 천재지변이나 비상재해에 따른 긴급복구공사 가운데 특허공법이나 신기술로 지정된 기술로 행해지는 전기공사 등에나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국가계약법이 일반법인데 비해, 전기공사업법은 특별법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규정은 상위 법률 규정이 모호하지만, 전기공사업법 시행령은 법률 규정에 따른 대통령령이다. 상위법과 하위법이 충돌하면 상위법이, 특별법과 일반법이 충돌하면 특별법이 더 먼저 적용된다. 분리발주가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분리발주를 피하기 위한 기술제안입찰은 원래의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건설업계에 기술제안입찰이 도입된 것은 공사 원가 절감 위주로 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공공 공사에서 부실공사가 만연하게 되자,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종합평가제 등을 참고해 한국형 기술제안입찰 제도를 만들게 된 것.

하지만 공공 공사 담당자들은 관성적으로 가격 위주의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에서 공종별 기술 근거를 평가할 전문성이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공사 담당자들이 관성을 따르거나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으면 공공기관으로서도 심의를 수행할만한 전문성이 키워지지 않는다.

더구나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전문성이 없고 부분적으로 공사 도급을 주는 대형 건설사들만 살을 찌울 뿐 중소 전문공사 기업 육성은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 국토부 대형공사 입찰 심의기준 따라 분리발주 검토해야

분리발주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기술제안입찰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는 국토부가 ‘대형공사 등의 입찰방법 심의기준’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 등 국가계약법 외에 다른 법률로 분리도급이 의무화된 공사에 대해서는 분리발주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발주기관은 발주방법을 결정할 때 기술형 입찰로 할 경우 분리발주 여부를 검토한 뒤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판단해야 한다. 발주기관이 통합발주를 할 경우 사유서를 작성해야 하며,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사유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서 분리발주가 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해당 공사는 분리발주하게 된다.

최근 이 기준에 따라 분리발주를 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형 공공 공사가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서 기술제안입찰로 심사가 이뤄졌더라도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분리발주제도의 입법 취지에 맞추는 취지로 전기·통신공사 등을 분리해서 발주하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창원시 음폐수 바이오에너지화시설 설치사업, 서울도시주택공사의 고덕강일 2단지 제로에너지 아파트공사 등이 그것이다.

통합발주와 관련한 잡음이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 법원은 분리발주가 타당하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지난 1월 서울지방법원은 “전기공사 분리발주 예외사유인 공사의 성질상 분리발주 할 수 없는 경우는 해당 공사에 내재하는 본질적인 특성상 전기공사를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경우에만 한정된다”며 분리발주를 위반한 발주기관에 벌금형을 선고했다.

산자부도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기술제안입찰은 분리발주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전기공사업법상 분리발주 대상에 해당되며 관련법에 따른 특허공법 또는 신기술이 복합 공종에 적용돼 분리발주할 경우 목적물을 완성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라고 유권해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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