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칼럼] 입장을 바꾸면 생각이 달라진다
[성호칼럼] 입장을 바꾸면 생각이 달라진다
  • 남부섭
  • 승인 2019.09.09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필자는 덴마크 풍력 연구소 그리고 코펜하겐에서 바라본 해상풍력, 독일을 다니다 보면 평지에 날개가 100 미터나 되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 스페인의 해변과 산 정상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를 거의 20여 년 전에 보았다.

많이 부러웠다. 특히 덴마크 연구소를 방문하였을 때 그들은 100키로 짜리 터빈을 수입하여 개발을 시작한 것이 오늘 날 세계 최대의 풍력산업 국가로 발전하였다는 말을 듣고서 감탄하기도 했었다. 우리도 그런 날이 오겠지하는 마음도 들었었다.

그 이후 많은 기업들이 풍력산업에 달려들었고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명함을 내 놓을 수 있는 풍력 기업은 하나도 없다.

현 세기에 접어들면서 재생에너지 물결은 출렁 거리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추종자에 불과하다.

어느 기관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의 유망한 산업으로 15번째 선정한 것을 보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재생에너지 산업이 미래에 유망한 산업으로 볼 수 있을까?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풍력 태양광 분야에 어떤 기업을 꼽을 수 있겠는가?

독일 기업을 인수한 한화를 꼽는 이도 있지만 한화는 연구도 생산도 모두 외국에서 하고 있다. 풍력 산업에서는 세계적으로 타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 한국 기업이다. 물론 생산 기지는 국내에 없다. 터빈 기술은 세계 수준과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필자는 사실상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우리는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분야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미 한 번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연이 없는 한 풍력 산업에 투자 할 기업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때때로 관련 산업의 기관장을 만나보면 아직도 ‘산업육성’이라는 화두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다. 속으로 ‘그래도 불씨는 남아 있는 것인가?’ 하는 마음도 들지만 부정적인 마음의 무게가 더 많다.

태양광 산업과는 달리 풍력 산업은 육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시장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시장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시장을 만들어 준다고 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 전제가 되지 못한다. 시장을 만들어 놓으면 외국 기업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낚아채 가버린다.

최근 민주당이 정부와 풍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당정 협의를 벌였다. 풍력사업 허가가 워낙 지난하기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들었기 때문이다. 관련 부처인 환경부 산림청과 함께 논의하여 해소 방안을 알아 보겠다는 생각이다. 여당이나 정부에는 재생에너지를 주창하면서도 과거 풍력사업에 대해 사사건건 비토를 놓던 사람들이다. 자가당착의 모순에서 깨달은 것일까?

우리는 다투다가 ‘자네가 내 입장이 되어 바라’는 말을 가끔 사용할 때가 있다. 그렇다. 사회 생활을 원만히 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튼 그토록 비토하던 집단이 생각을 바꾸니 이야기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방안도 강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