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구태의연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가칼럼] 구태의연한 ‘국가기후환경회의’
  • 정동수 한남대 기계과 교수
  • 승인 2019.09.23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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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수 교수
정동수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통계상 연중 여름철이 항상 양호한 편이다. 이번 여름에도 대기가 맑고, 푸른 하늘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면 미세먼지로부터 관심이 멀어지게 마련이지만, 오히려 이런 시점에 그 원인을 곰곰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평소 환경부가 주장하는 국내요인의 주범인 경유차와 석탄발전소가 여전히 운행되고 있는데도 미세먼지가 적다면 이들이 주범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9월 초에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정책참여단 제2차 국민대토론회를 이틀간에 걸쳐 개최했다. 이번 국민대토론회에는 국민정책참여단 450여 명을 비롯해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과 전문위원 등 550여 명이 참석했다. 국민과 함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획기적인 대책을 만들어 국민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올 10월경에 대통령에게 정책을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리라는 기대보다는,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 정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더 컸다.

이유는 출범당시에도 지적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의미에서 나열해 보면 이렇다. 첫째, 미세먼지 대책은 정확한 과학기술에 근거를 두어야 하는데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게 되면 전문성이 부족한 평범한 대책이 나오게 된다. 둘째, 이런 대규모 집단은 의견이 분분하여 발제자의 의도대로 몰아가기가 쉽다. 셋째, 위원 및 발제자 선정 등 행사준비부터 결론정리까지 환경부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기존 환경부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실속 없이 포장만 화려하게 바꾸는 꼴이 된다.

이번 토론회의 핵심의제는 겨울의 미세먼지 고농도 계절을 대비한 단기적인 대책마련으로 산업, 수송, 발전, 생활, 건강보호, 국제협력, 예보강화 분야로 구분하여 진행됐으나, 약 80% 정도는 기존 환경부의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고 신규정책이라는 것도 별로 새롭지가 않거나 저감효과가 미미한 구태의연한 대책들뿐이었다.

산업부문 신규 저감대책으로 굴뚝자동측정 결과의 실시간 공개, 수송부문 신규 저감대책으로 노후 건설기계 운행 제한과 내항선박 저유황유 사용 1년 조기 도입, 그리고 자동차 거래세 및 보유세를 친환경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생활부문 신규 저감대책으로 건설장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 공개하고 농촌 불법소각 근절을 위한 생활폐기물과 영농잔재물의 수거 처리를 지원 및 단속하며, 건강 보호분야 신규 저감대책으로는 생활 인근 ‘미세먼지 안심구역’을 지정하고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보건용 마스크의 건강보험 적용하고 국가 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 협력분야 신규 저감대책으로는 한중 푸른하늘 파트너십과 국제적 모범사례 공유 파트너십 구축이다. 그러나 발전 부문과 예보 분야 저감대책에서는 신규대책은 없고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수준이다. 이런 국민정책제안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12~3월 고농도계절에 약 19.6%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 과제에는 전략, 수송, 발전, 기후변화 연계의 4개 부문으로 중장기 국가비전 설정, 발전 패러다임 전환, 경유차 감축 및 내연기관 퇴출 전략 마련,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통합 관리 등을 제안하고 있다.

문제는 토론회가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50-70%를 차지하는 중국발 황사에 대한 저감 기술 대책을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고 수송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로먼지 재비산과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도 외면한 채 여전히 경유차 퇴출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반기문 위원장은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극약처방처럼 단기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과감하고 담대한 조치가 나올 수 있도록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어달라”고 당부했지만 그 인사말은 맑은 초가을 하늘에서 메아리만 남기고 공허하게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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