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충전소, 과연 안전한가?
수소충전소, 과연 안전한가?
  • 이홍 수소에너지네트워크(HyNet) 인프라운영실 부장
  • 승인 2019.10.18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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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수소에너지네트워크 인프라운영실 부장.
이홍 수소에너지네트워크 인프라운영실 부장.

[한국에너지신문] 수소차의 정식 명칭은 수소 전기자동차다. 수소전기차는 자동차에 저장된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만든다. 이를 운행하려면 주유소나 LPG충전소와 같이 주거지 인근에 수소충전소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수소’의 이미지는 ‘수소폭탄’이라는 이미지로 이미 확산돼 수소충전소 역시 위험시설,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수소충전소가 우리 생활 인근에 설치될 수 없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소전기차의 보급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 안전에 대해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파악해 봐야 하는 이유다.

수소폭탄은 초고온의 핵융합 조건을 만들기 위해 핵폭탄으로 방아쇠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작은 핵폭탄을 먼저 터뜨려 핵융합 조건을 만들고 동위원소인 중수소 또는 삼중수소(우라늄 235에서 핵분열로 발생하는 인위적인 수소)를 핵융합해 헬륨 동위원소로 융합하면서 빚과 열을 낸다. 핵융합 기술은 아직 전세계적으로 초보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수소를 폭탄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공상과학 소설과 같이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면 수소충전소는 위험하지 않은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원은 관리가 소홀했을 때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수소충전소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주유소 혹은 LPG충전소보다 더 어려운가?’ 이것이 더욱 근본적인 질문이다.

LPG 충전소를 예로 들어 보자. LPG는 공기보다 무거운 가스다. 누출되면 바닥에 장시간 체류하면서, 불, 스파크, 정전기로 인해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폭발하면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1998년 9월 11일 부천에서 발생한 LPG 폭발사고 내용은 안전관리자가 탱크로리 교체작업 중 탱크로리 결합 커플링이 이탈되면서 다량의 가스가 누출됐다. 원인 미상의 점화원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탱크로리가 집중 가열되는 블레비(BLEVE: Boiling Lipuid Evaporating Vapor Explosion) 현상으로 탱크로리가 파열되면서 불이 훨씬 더 크게 번졌다.

그렇다면 수소충전소에서는 얼마나 사고가 났을까. 일본 고압가스안전협회 자료와 미국 수소사고 보고 자료 등에 따르면 일본 21건(2005년~2014년), 미국 22건 (2004년~2012년), 그리고 최근에 발생한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사고 등이 손에 꼽히고 있다.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가벼워 유출과 동시에 대기 중으로 확산해 위험농도가 4% 미만으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수소의 위험농도는 대개 4~75% 범위에 있다. 따라서 폭발 압력에 의한 인근 피해를 제외하고는 피해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강릉 수소연구소 폭발사고는 고압설비 규제가 엄격한 수소충전소와 사고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저장 탱크 역시 압력 상승에 따른 폭발에 방호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졌다. 수소충전소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른 방호벽 등의 방호조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다. 시공 시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엄격한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충전소 운영 중에도 주기적인 검사를 받고 있으며 지적 사항이 발생될 경우 즉시 개선해야만 한다. 수소전기차 역시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을 담보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

수소는 석유화학산업 등에서 산업용 소재로 사용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은 수소전기차의 보급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처음 가는 길, 어찌 위험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수소 에너지 기술 개발과 안전성에 대한 투자로 해결할 일이다. 기술과 안전성이 다소 미흡하고 부족할지라도 수소에너지에 대한 오해로 미래 에너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소에 대한 위험을 과장해 수소에너지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온실가스에 대한 유력한 대응 수단과 우리 경제의 신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수소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안전도를 높이고, 사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법과 제도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더해 수소의 안전과 경제성을 높일 기술개발을 더욱 가속화하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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