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의미와 성공 전제조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의미와 성공 전제조건
  • 지현영 국가기후환경회의 피해예방위원회 위원
  • 승인 2019.12.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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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영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
지현영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

[한국에너지신문] 이달 1일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됐다. 미세먼지 농도와 관계없이 고농도 시기인 12월~3월 네 달간 평상시보다 강화된 저감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기저 농도를 낮춰 고농도 발생 강도 및 빈도를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4월 출범 이래 5개월 간 국민참여단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놓은 단기 대책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관리 기간 동안 ▲공공사업장 가동 단축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석탄화력 가동중단 확대 및 상한제약(80%) ▲도로청소 강화(하루 2회 이상) ▲다량배출사업장 상시 점검 등을 시행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 당시 회의적 시각으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무엇을 하려는 조직인가?” “수많은 전문가를 포섭한 건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려는 것은 아닌가?” “단기간에 전방위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가?” 필자 역시 피해예방위원회 전문위원으로 1~2주에 한 번은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면서도 의견수렴이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과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심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러나 9월 꽤 강력한 단기 대책이 제안되고, 그 후 지난달 2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겨울철 전력수급 및 석탄발전 감축대책’이 심의·확정되자,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이 에너지나 교통 정책에 우선적으로 반영되는 일이 가능함이 판명됐다. 사상 최초로 미세먼지 저감, 즉 환경 개선을 위해 발전소를 가동 중단하게 된 것이다.

우선 겨울철 석탄발전기 8∼15기를 가동 정지하고 나머지 석탄발전기는 잔여 예비력 범위 내에서 화력발전 출력을 80%로 제한하는 상한제약을 하기로 했다. 기후환경회의의 당초 제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례 없는 합의다. 그간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으나 실현하지 못했던 전기료 정상화, 환경급전 도입,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 개편 등의 과제를 풀어내게 될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대책은 아쉬움도 없지 않다. 특히 수송 부문이 그렇다. 유럽 선진국들뿐 아니라 우리보다도 환경이 열악한 인도, 중국, 네팔 등도 도심 미세먼지 대책으로 최우선 집중하는 것이 수송 부문이다. 발전소나 사업장과 같은 오염원은 비교적 거주지에서 떨어져 있는데 비해, 교통수단은 주민들과 밀접하다. 디젤차 배출물질인 블랙카본은 WHO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건강 위해성이 높다.

하지만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록 차량에 한해 실시된다. 영업용차량과 매연저감장치 부착 및 신청 차량은 빠져 전국 247만대의 5등급 차량 중 11.3%에 불과한 28만대만 적용받게 됐다. 또한 2부제 역시 공공부문에 한정되며, 공공부문도 중앙행정기관·지자체와 소속·산하기관, 학교 등 행정부만 포괄한다. 헌법재판관, 법관, 국회의원 등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므로 행정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2부제 의무 대상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법 개정에 더해, 지자체의 조례도 마련해야 하는데, 수도권 중 경기도와 인천시는 아직 발의조차 안 됐다. 규정은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눈에 띄는 저감 효과를 보려면 현재 대책보다 제한 대상을 확장해야 한다.

지난 11월 27일, 우리나라가 주도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 지정됐다. 문 대통령이 ‘기후행동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제안함으로써 국제사회는 매년 9월 7일을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영광스러운 한편, 대한민국이 푸른 하늘을 앞장서서 만들 국제적 책무를 지게 됐다. 시민은 좋은 공기를 마시며 안심하고 살 권리를 더욱 힘차게 주장해야 한다. 의회와 정부를 움직이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국민의 관심과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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