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8년째 문 닫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8년째 문 닫고 있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20.04.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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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5년간 300억 달러 투자
2013년 이후 신규 투자 한 건도 없어 모든 해외 사업장을 팔고 있다
6월 발표할 6차 계획. 해외자원개발 산업 사활이 걸려
암바토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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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유가가 20불 수준인데 취할 수 있는 액션이 없습니다.’ 석유 업계 한 인사의 한탄이다. 우리나라 석유비축기지 용량은 1억4800만 배럴. 이 가운데 1억 배럴을 비축하고 있고 나머지 4800만 배럴을 새로 비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돈이 없어 비축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유가는 생산 원가로 보아 5~60불대가 기본적인 수준이다. 유가가 20불선까지 내려가는 일은 극히 비정상적인 시장 가격이다. 
비축사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 세계 석유 기업들은 동분서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축기지가 텅텅 비어 있어도 돈이 없어 값싼 석유를 사지 못하고 가슴만 움켜쥐고 바라보고만 있다.

유조선 6~7만톤 한 척의 석유 물량은 대략 250~300억 원.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이 사태가 끝나면 2배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약 800척 물량에 해당하는 4800만 배럴의 비어 있는 비축기지를 잘 활용하면 불과 6개월 정도면 20조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석유를 들여 올 수 있는 석유공사나 가스공사는 돈이 없어 들여오지 못하고 민간 정유사는 자체적으로 들어오는 물량을 비축할 장소가 없어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그야말로 눈을 뜬 장님의 신세가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해외자원 산업은 2013년 이후 정치적으로 휘말리면서 8년 째 투자한 사업장을 매각하는 일에만 매달리고 신규 사업은 한 건도 못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의 기업의 실상

우리나라는 2008년 국제 유가가 150불대로 치솟고 200불까지 갈수도 있다는 급박한 상황에서 국내 대륙붕 탐사와 해외 광구 지분 참여나 하던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하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해외 자원개발 국영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도록 정부가 지원 했다.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석유공사는 약 138억 불. 가스공사는 116억 불. 광물자원공사는 5조6천억 원을 투자 했다. 5년 동안 거의 300억 달러를 투자 하였다.
이러한 투자 덕분에 석유는 하루 30만 배럴의 자체 생산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가스공사는 자주개발률 15%를 달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유가가 하향세를 보이면서 유가가 높았을 때 투자했던 광구들이 생산은 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자 투자 기업들은 자본 잠식 상태에 접어 들었다.
게다가 2013년 정권이 바뀌면서 소위 산자부 왕 차관 사건이라는 별칭이 붙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검찰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자원개발은 2013년 이후 사실상 중단 되었다. 소액 투자가 있었으나 대부분 기존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후속투자였고 신규 개발 투자는 전무한 실정이다. 탐사 단계에 있던 사업들도 대부분 접었다.

석유공사는 자본 13조원을 모두 소진하고 부채가 17조 원.  총자산은 18조. 자본금이 약 5천억 원 정도 남아 있다. 석유공사는 팔 수 있는 광구를 팔고 울산의 본사 사옥도 팔아 운영 자금을 확보해 나가고 있지만 경영 정상화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유가가 20불대로 떨어진 지금 비축기지의 3분의1이 비어 있어도 빈 탱크에 석유를 구입해 채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유일한 수익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원유. 하루 약 20만 배럴 판매하는 돈이 전부다. 2018년 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를 냈다.
석유공사는 2019년 3월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구조조정 통보를 받아 모든 해외 사업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규 사업은 전면 중단한 상태다.

석유공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곳이 광물자원공사다. 광물자원공사도 2013년 이후 신규 사업이 전혀 없다. 해외자원개발에 검찰이 손을 대면서 홍역을 치렀다. 모든 해외 사업장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자원공사는 매각 대금과 공사가 국내 광산업자들에게 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는 수익이 전부다.
수익이 나는 호주의 스프링베일 광산 같은 경우는 매각 했지만 나머지 매각하지 못하고 있는 광산은 거의 적자다. 
자원공사 역시 탐사 단계에 있는 신규 사업은 거의 다 접었다. 탐사 단계에 투자한 돈만 거의 1000억원에 이른다. 신규 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날리지 않을 수 없는 돈이다.
게다가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국회에서 광해관리공단과 합병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어 기업이 존폐 기로에 서있다. 광해공단과 합병하게 되면 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접을 운명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하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스공사의 경우다. 가스공사도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던 2008년 이후 5년 동안 대부분 해외투자를 했지만 2028년 쯤 이면 지금까지 투자한 116억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가스공사는 해외 사업장을 매각하라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이 내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신규 사업이 전면 중단되어 있는 것은 타사와 다를 바 없다.

실종된 정부 정책
해외자원개발 5개년 계획은 정부 산자부가 5년마다 내놓아야 하는 법정계획이다. 이번이 6차 5개년 계획으로 산자부는 청와대의 방침을 받아 늦어도 6월까지는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6차 계획은 지난해 내놓아야 하는 것으로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방침을 확정하는데 늦어지는 것은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은 수급 안정이 제1목표로 과거에는 소위 ‘자주개발률’을 목표로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5차 계획에서 이 용어는 자원개발률이라는 단어로 바뀌면서 목표가 없는 계획을 내놓았었다. 목표가 기업들의 투자를 강요하여 부실 사업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이유 였다. 그러나 목표 없는 계획은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해외 신규 사업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정부 정책 추진 결과로 나왔다.

따라서 6차 계획이 정부의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없는 한 5차 계획의 연장선상에 머무르지 않을까? 업계는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만약 6차 계획이 업계가 염려하는 대로 발표된다면 8년 동안 무대책으로 지내온  해외자원개발 산업은 앞으로 10년 더 표류하게 된다.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 정권이 재생에너지를 위주로 하는 에너지 전환. 탈 원전 정책을 펼치면서 기존 에너지 자원 정책에 반감이 크기 때문에 해외자원개발에 호의적인 정책을 내놓는데 딜레마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은 없다.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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