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마치고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마치고
  • 한국에너지
  • 승인 2021.06.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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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에 근거한 위원회 만들어 독립성을 갖고 탄소중립 추진해야

[한국에너지] 지난달 말 이틀 동안 세계 41개국 정상과 고위 인사가 참여한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는 우리가 개최한 최대 규모의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 행사인 것 같다.

이 행사가 국제적으로 끼치는 영향보다는 국내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더 큰 것 같아 많은 비용을 지불했으면서도 행사를 유치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는 2050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각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성과가 상당히 많이 소개되었다.

이러한 소개들에 비하면 우리의 대응은 초보적인 수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수소차를 제일 먼저 양산했고 주민 참여형 풍력발전소를 만들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산발적으로 추진하는 업무는 해당 분야의 업무이고 정작 탄소중립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아직 탄소중립에 착수 하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겨 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 비해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른바 기후 선진국과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눈은 겨우 해외 석탄발전소 지원 중단이 전부다.

우리는 당장 2030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하고 이를 달성해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없다. 물론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산업의 일 부분에 그친 것이고 국가 전체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행사기간에 탄소중립 위원회를 설치하여 온실가스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보다 향후 30년 동안 이 업무를 이끌어 갈 구도를 짜는 일이 급선무다.

탄소중립 업무는 알다시피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와 지자체가 관련된다.

정부가 어떤 형태의 위원회를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말하는 정부의 위원회로는 이 업무를 이끌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상식적인 위원회는 정부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정도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녹색성장위원회처럼 정부 모든 부처를 총괄 할 수 있는 위원회 정도면 가능하다고 하겠지만 이 또한 명맥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정부 위원회가 이 업무를 주도하도록 하는 것은 탄소중립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고 정권 따라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정부 기구로도 어렵다. 기후 선진국 덴마크나 독일은 이 일을 독립된 협의회에 맡겨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독립된 협의회는 정부에 정책을 추진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금융지원까지 하고 있다.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구라고 하겠다. 권고라고는 하지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강제성이 있다.

이러한 위원회를 만드는 길은 기후변화변화 관련법을 제정하여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하도록 구도를 짜야한다.

그리고 국가 전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짜야한다.

공무원 집단이 아닌 전문가 집단에 맡기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직속, 총리 직속 위원회를 수도 없이 많이 두어왔지만 아직까지 위원회가 국정의 주도적 역할을 한 사례는 없다.

유럽국가와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설정하고 기후 후진국에 거센 압력을 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근거한 탄소중립은 향후 경제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이제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현 정권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집권 여당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고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 말이라 해서 못할 일이 없다. 대선 정국에 들어가기 전에 서둘러 해야 할 일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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