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원가 낮추려 극비 보안…정부에 알리지 않은 듯
[한국에너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배터리 산업이 기술격차를 더욱 늘려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Kㅡ배터리 발전 전략’이다.
소형 배터리 분야에서는 10년 가까이 세계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중대형 분야에서는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경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향후 10년이 배터리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작품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산자부를 비롯하여 교육부 과기부 환경부 장관, 금융위원장이 참석하여 정부의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을 비롯하여 이차전지 완제품 3사, 소재 부품 장비 등 관련 기업 50개사가 참여했다. 코로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원 학계 인사까지 100여명이 참석한 큰 규모였다.
가장 관심을 끄는 사항은 발전전략 발표 후에 진행된 3건의 협약이다.
첫 번째 협약은 차세대 전지분야 기술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 학계 민간기업의 연구원 13곳이 공동연구에 서명했다. 주요 이차전지 연구원 대부분이 서명한 셈이다.
국가적으로 아무리 이차전지 산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술개발을 공동으로 하겠다는 서명은 결코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공동개발에 합의한 것은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과 LG와 SK가 미국에서 벌였던 특허 싸움이 한 때 이차전지 산업을 위기 국면으로 빠뜨렸던 점,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면서 정부 리딩의 용이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그 대가로 특별 R&D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국가전략기술은 국가안보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분야의 기술로 향후 연구개발비의 40~50% 시설투자 최대 20% 범위 내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이차전지 산업을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차전지 산업이 미래 전기 자동차와 에너지 저장 기술의 요체로서 국가 경쟁력을 향상 시켜 나가는 산업으로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인재를 육성하여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내놓은 것이라고 보아진다.
기술혁신 전문펀드는 지난해 정부가 약 5천억 규모로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일반적인 R&D 예산 이외에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여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전문펀드다.
정부는 기술혁신 펀드에서 300억원을 내놓고 전지3사가 200억 그리고 민간투자 300억을 더해 8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중소 이차전지 기업의 R&D에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 체인을 완성하는 일은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전기차에 사용하는 배터리 수명은 7~8년, 수명이 다한 배터리의 재사용은 일부 에너지저장장치에 재사용이 가능하나 궁극적으로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이산업의 미래는 없다. 재활용 산업은 그렇게 난제는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정부의 의지와 시장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차전지 산업의 앞날은?
정부는 2030 차세대 이차전지 1등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민관협력 연구개발, 산업 생태계 조성, 시장 창출을 추진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R&D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전략은 역량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안이다.
국내 이차전지와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은 에너지기술연구원을 비롯 전자부품연구원 전기연구원 정보통신연구원 화학연구원 그리고 이차전지 대기업은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고 20여개 대학에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이나 대학 연구소는 규모나 예산이 작아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없는 수준이고 엘지나 에코프로와 같은 몇 안 되는 대기업이 연구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의 핵심 요소인 양극재를 연구하는 곳은 한양대 중앙대 건국대 울산과학원 정도로 대학이 주도하고 있으나 연구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R&D 역량을 높이는 일은 절실한 과제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다고 하지만 실제 국내에서 이차전지 기술과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이차전지 핵심 요소인 양극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수산화전구체’는 이차전지를 만드는 핵심요소중의 핵심이다.
수산화물전구체는 국내에서는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전량 중국에 위탁 생산하는 형국이다.
아직까지 중국에서 우리 기술로 생산해 수입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깊어져 가면 결국 기술 유출을 피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이차전지 산업은 중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차전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산화물전구체에 대해 관세를 유예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악용하여 가격을 올리고 기술력을 높여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한두 업체에 핵심 부품을 의존하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을 학계에서는 ‘지뢰밭을 걷는 형국’이라고 한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전략에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 목줄을 쥐어 줘 놓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서 국가전략기술로 키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강도를 높여나갈수록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의 위험도는 높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차전지 대외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기업이 정부에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업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위탁생산을 늘려왔는데 이런 사실을 정부가 알면 대책을 강구하라고 할 것이고 이는 곧바로 당장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전략기술은 세제지원을 하는 것보다 진정한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당장 문제가 되는 점도 있다.
국내 제조사들은 이차전지 가격을 낮추고 오래 사용하는 수단으로 니켈 사용량을 20%까지 늘렸는데 최근 니켈 가격이 폭등.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가까이 올수록 니켈의 사용량은 늘어나 업계에서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50%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소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니켈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개발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전고체전지 리튬황전지 등을 차세대 이차전지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7~8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고체전지는 전기차에 사용할 정도로 대형화하기 어렵고 황전지는 고속충전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세대 이차전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재 상용화한 전지의 품질을 개선하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