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독립 부처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에너지 독립 부처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 남부섭
  • 승인 2021.08.25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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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차관이 해야 할 일

[한국에너지] 에너지 전문 관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기영 차관은 그나마 동자부로 첫 발령을 받아 에너지 분야를 두루 거친 에너지 전문 관료로서 이번에 에너지 차관으로 발탁 되었다.

따라서 누구보다 에너지 산업과 정책을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에너지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 발전시켜야 하는 책무는 박 차관의 가장 근본적인 자세이자 에너지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해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 에너지 차관이 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는 국가 경영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지만 독립 부처가 없어 에너지를 국가 경영 차원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다.

타 부처에 종속됨으로서 에너지 전문 관료를 양성하지 못하고 발전적이고 건전한 정책 입안이 어렵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에너지 기업들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정책을 이끌어 가는 행태가 굳어져 버렸다.

다시 말해 에너지 정책은 기업이 만드는 대로 정부가 끌려가고 있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계통에 연계하는 일은 일반적인 기술인데도 이를 거부하고 지속해서 발전소 건설만 추진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화석에너지 공급을 줄여 나가야 함에도 3면에 가스 인수기지를 계속 건설하고 있다.

오직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키는 일에 몰두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막고 정책을 바꿀 능력이 없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보급률 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70%를 보급하겠다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한갓 각본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다.

모두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하다가 이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에너지 산업이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에너지이지만 냉철하게 우리를 직시하면 50%나 달성할 수 있을까? 지속해서 온실가스 발생을 늘려왔는데 30년 동안 제로로 되돌린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전력은 대안이라도 제시하고 있지만 열에너지는 대안도 없다. 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가스를 대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다.

그리고 탄소중립은 기술개발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에너지 분야 기술 개발은 상용화 개발이었다. 그러나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은 우리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투자한다고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보자. 풍력, 태양광에 올인 하다시피 했지만 어느 하나라도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 있는가?

에너지는 기술이라고 했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아 70% 재생에너지 보급에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 계산이 안 된다.

에너지 정책을 올바르게 에너지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근간은 에너지 부처의 독립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에너지 부처인 동자부를 폐지하고 에너지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피해를 계산하면 얼마나 될까?

작은 정부를 구현한다고 해서 부처 하나를 줄이는 비용과 비교 자체가 어리석을 일이다.

에너지 독립부처인 동자부가 김영삼 정권 출범과 함께 사라졌으니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옳다.

정권이 교체하는 시기마다 에너지 독립부처 설립의 움직임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동자부가 사라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심점이 약해져 독립부처를 만들 수 있는 힘을 모으지 못했다.

박차관은 동자부 마지막 관료로 누구보다 독립적인 에너지 부처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에너지 부처의 독립은 누가 시켜주지 않는다. 에너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박차관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에너지 부처 독립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에너지 부처 독립은 박차관의 가장 근본적인 책무이자 우리 에너지인들 모두의 책임이자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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