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동해 대왕고래구조에 석유나 가스가 나올 가능성은 제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은 140억 배럴, 삼성전자 시총의 몇배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했는데 석유공사 사장은 왜 35억 배럴이라고 했느냐? 70억 배럴이라고 했느냐? 35억은 최저값이고 70억은 중간 값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발표하지 대통령은 140억이라고 했다. 등등 석유 매장 가능량의 수치를 국감 석유공사 국감 하루종일 언쟁을 벌였다.
정치적으로 35억과 140억은 큰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다. 산자부는 대통령이 발표한 것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통령이 발표했다고 한다. 이는 숫자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국감에서 숫자 공방을 벌인 것을 보면 여야간에 숫자가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기 때문일 것으로 이해한다.
경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시추를 하기 위해서는 시추를 할 가치가 있는 수준의 자료는 물론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석유 매장량 탐사 자료에서 수치의 높고 낮음은 절대적 가치가 아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0%대 자료에서 근세 최대 매장량을 찿아 낸 사례도 있고 40%대 자료에서도 허탕을 친 경우도 있다. 석유공사가 발표한 대왕고래구조는 19.1%다. 석유공사는 최저 35억 배럴이라고 했지만 석유 한방울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140억 배럴 이상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탐사는 말 그대로 지층 구조의 분석이고 뚫어서 확인하지 않고서는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석유개발 산업이다. 필자는 딱 한번 카타르 도하 가스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가스전은 시추공을 박았는데 최저점에 닿지 않아 매장량을 확정할 수 없어 추정매장량을 3조 톤이라고 들었었다. 시추공을 박아도 아직은 인간의 기술로 해저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동해 자원개발 문제에 대해 재수 없으면 거지가 되는 것이고 운 좋으면 대박나는 것이다. 주식 투자가 도박이라고 하지만 자원개발은 더 큰 도박이다. 카드게임에서 패가 좋아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동해석유개발의 패는 19.1%다. 기본적으로 괜찮은 패라고 보여지니 거지꼴이 될 것인지 대박이 날 것인지 석유공사를 믿고 기다려 보자.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대박이 나던 거지꼴이 되던 무언가 일을 저질렀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큰 돈을 벌려면 일단은 사업에 착수해야 성공하던지 실패하던지 할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큰돈을 벌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사안은 석유공사가 일을 벌였다는 사실에 일단 방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석유공사 김동섭 사장은 문재인 정권 시기인 21년6월에 간 사람이다. 김 사장은 해외자원개발협회장을 지낸 사람으로 이 분야의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석유공사 사장 자리에 가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외 광구를 매각하는 것이 일의 전부였다. 정부가 신규 사업은 일체하지 못하게 하고 모든 광구를 매각하도록 압력을 가하는데 일개 공기업의 사장이 정부 정책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22년 정권이 바뀌고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은 자리를 떠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고민은 누구나 하던 때. 김 사장은 대왕고래구조 건을 소리없이 추진했다. 정권이 비뀌기는 했지만 자원개발 정책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산자부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김사장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우리가 동해 대왕고래 구조에서 석유가 나오고 안나오고는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다. 지금은 자원개발 분야에서 평생 일하면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인식. 실천한 석유공사 김동섭 사장이라는 사람에 대해 일단은 높이 평가하고 볼일이 아닌가? 만약 그가 정치적인 인물이었다면 지금 우리는 논쟁을 벌이는 일조차 없을 것이다. 논쟁을 폄하하기 보다 이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만들어 낸 김동섭 사장에게 사의를 표하는 것이 국민들의 자세일 것이다. 그에게서 한국인의 기질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번 국감에서 어느 위원은 전 정권에서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인사는 정말 잘한 것 같다. 고 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서 임명한 정무직 인사들을 쫒아내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는 우리 정치사에 처음으로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도 이번 사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기본적인 요소가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같은 값이면 대박을 기대하고 김동섭 사장이 하는 일을 밀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