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태양광보급사업 ‘새로운 카오스’ 경계한다
신재생 태양광보급사업 ‘새로운 카오스’ 경계한다
  • 김경환 편집국장
  • 승인 2005.12.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자원부 김영삼 신재생에너지과장. 부임한지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부임 직후인 지난 8월 한국에너지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신재생에너지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아직은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며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었지요.

덧붙여 “큰 골격은 짜여진 상태라고 보고 앞으로는 세부적인 것들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 보급에 관한 큰 틀은 파악했겠지요. 세부적인 각론도 차근차근 잘 만들어 가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총론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논해보고자 합니다. 좁혀서 논하자면 3kW 태양광발전시스템 보급사업(이하 태양광 보급사업) 입니다.
태양광 보급사업은 지난해 이후 파격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차례, 올해에는 두차례의 파행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처럼 프로그램을 바꾼 결과 보급효과가 얼마나 개선됐나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과 시장은 만족했나요.

참여 기업과 시장이 혼돈에 빠졌다고 결론지으려 합니다. 동의합니까. 
올해 상반기 보급사업에서 선착순 줄서기로 방침을 정했지요. 효과는 어떠했습니까. 서류상 하자가 없는 신청기업 전부에 보급량을 할당했습니다. 과연 이러한 선착순 줄서기로 무엇을 얻었는지요.

하반기 2차 보급사업에서는 최저가부터 채워나가는 컷 오프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 방법을 채택하여 얻은 성과는 무엇입니까. 컷오프 입찰에서도 참여한 대부분 기업에 물량이 배분됐습니다. 
산자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의 3kW 태양광발전 보급사업을 짚겠습니다.
 
이 사업은 정부가 70%를 보조하고 수혜자가 30%를 자부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혜자 자부담 30%입니다. 3kW 태양광발전시스템 보급비용은 3000만원(부가세 포함)입니다. 수혜자를 선정, 시공하는 기업 입장에선 시스템설비 원가부담이 2100여만원입니다. 수혜자가 부담하는 900만원은 마진입니다. 정부 보조금은 바로 기업이 부담하는 원가를 커버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냐구요. 시장의 수용성과 정부의 잘못된 판단입니다.
먼저 시장의 수용성인 수혜자 문제입니다. 보급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수혜자에게 자부담 30%를 부담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수혜자는 참여 기업에 300~400만원을 자부담합니다. 결과적으로 수혜자는 300~400만원을 내놓고 3000만원짜리 태양광 설비를 가져갑니다.

참여기업 입장에서는 후회스런 사업입니다. 기업은 수혜자에게 설비를 안겨주기까지 10여 차례나 방문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안내부터 설치장소, 기자재반입, 시공 등 숱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기업으로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지 않겠습니까.

부실시공을 우려합니다. 기업은 돈이 남아야 합니다. 돈을 남겨야 하니 또 다른 문제점을 낳지 않겠습니까. 없는 마진을 챙기자니 원가를 낮추려 할 것입니다. 심지어는 값싼 인도, 중국산 전지판에 회사 라벨을 바꾸어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자칫 수혜자의 손에 넘겨진 태양광발전 설비는 고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최근 참여기업들이 설치된 설비의 발전량이나 효율을 함구하고 있기에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입니다. 참여기업들은 실제 시장에서 수혜자에게 30%가 아닌 10% 정도만 자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오판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보급사업이 기업에게 돈이 되는 장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수혜자에게 10%정도 부담시키고도 서로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많으니 말입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으로 기업의 영세성은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전문기업제도에 의해 포장을 달리 하면, 그 모순이 해결될까요.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보급사업은 선순환을 기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악순환의 구조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정부의 태양광 보급사업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악순환 배경은 바로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수혜자 자부담이 적을수록 규모경제가 필요합니다. 한정된 물량이기에 희망기업가운데 적정수의 기업을 선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참여기업 모두에게 보급사업물량을 나눠주었습니다. 1차 선착순에선 1등부터 꼴찌까지 나눠주었지요.
2차 최저가 입찰에서도 나눠주기였기에 참여 기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최고 입찰가를 낸 기업도 고가 물량을 확보한 것입니다. 최저가를 내놓은 기업은 얼마의 물량을 더 확보할 수 있겠지만 악순환 구조에서는 어쩔 수없이 손해를 본 것입니다.
두차례 보급사업을 시행하고도 3차 추가 보급사업을 실시했습니다. 남은 예산 30억여원 소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1차 사업에서 포기한 돈과 2차에서 형편없는 사업제안을 한 기업을 컷 오프시키고 남은 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선정을 제대로 한 결과일까요. 졸속 프로그램 개편을 위해 약 3개월의 기간을 낭비하고도 기업선정을 어떻게 하였기에 사업포기가 속출하게 되어 30여억원의 예산이 남았습니까. 
2006년도 태양광 일반주택 보급사업은 476원으로 증액, 2000가구로 늘어납니다.

올해 시행한 보급사업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년 보급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유로 내년도 태양광 보급사업에 대해 ‘새로운 카오스’라는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현행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태양광 보급사업은 삐뚤어진 제도입니다. 태양열, 지열보급사업도 태양광과 거의 동일한 현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제도를 모르는 사람의 돈을 제도를 아는 사람이 빼앗아 가는 구조입니다. 해마다 증가일로에 있는 신재생에너지분야 정부예산이 이러한 틀에서 지속적으로 운용된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입니다.

김 과장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감추고 있을 뿐입니다. 실적과 부실시공·저효율 설비로 그나마 마진을 챙기려는 다수 기업들이 이 제도 주변을 맴돌고 있고, 정부는 시혜자의 역할만을 자임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이번에는 보조금 지원 보급사업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글을 썼습니다. 혹시나 섭섭하고 불쾌했다면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를 청합니다.
한차례 더 글을 쓰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보급사업이 정상화되고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와 보급사업 주체들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가도 논하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