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풍력발전기 해외 수출 비결은
“사업 초기엔 전략, 다음은 품질·서비스가 관건”
국내 최초 풍력발전기 해외 수출 비결은
“사업 초기엔 전략, 다음은 품질·서비스가 관건”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0.01.04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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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미국 겨냥… 2.5MW 선택
미래 라이벌 GE·미쯔비시 벤치마킹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직원들이 세계 최고의 풍력발전기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에서 제작한 2.5MW급 풍력발전기 1호기를 지난해 11월 미국 씨엘로사에 인도함으로써 국내 풍력산업 수출 역사의 첫 장을 장식했다. 같은 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윈드파워 2009’에 참가해 제품도 공장도 없는 상태로 제품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만난 김병수 상무는 “2020년 세계 1위가 목표다. 삼성중공업이 2000년대 조선업에 진출, 20년만에 기술 도약을 이뤘다. 풍력은 기술이 있으니 절반인 10년 만에 따라 잡을 수 있다. 반도체, 휴대폰을 이을 제2 의 수출아이템이 될 것이다. 풍력산업은 조선업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성장해 1000억불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뛰어들 가치는 충분하다”며 미래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지난 2007년 11월 풍력사업 타당성 검토 단계부터 이듬해 6월 공식 조직이 만들어지고, 또 이듬해 첫 수출에 이르기까지 삼성중공업의 풍력사업 전략 수립을 총괄해 왔다.

-풍력 사업에 진출하게 된 배경은.

▲ 거제조선소에서 만난 김병수 상무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와 선박 프로펠러가 서로 비슷하다. 선박은 디젤엔진을 이용해 샤프트를 회전시키면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앞으로 나가게 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LNG 선박의 전기추진시스템도 비슷한 원리다. 이걸 반대로 하면 풍력발전기가 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처음 개념 설계할 때 ‘비슷하다’ 싶었고, 기본 설계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더니, 상세설계에서는 괜찮은 제품이 나오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단계적인 설계 과정 내내 수차례 바이어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제품도 나오기 전에 수주가 가능했다. 

-지난해 11월에 첫 제품을 인도했는데.
미국 발전단지 운영회사인 씨엘로사에 총 3기를 공급하게 된다. 1기를 공급했고, 텍사스에 설치된다. 현재  타워 설치를 위한 콘크리트 작업 단계다. 올해 2기를 마저 공급할 예정이다. 

-수주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한 마디로 전략의 차이다. 우선 목표를 정하고, 설계와 판매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폈다. 처음부터 미국시장을 목표로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발주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제품 사양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GE는 자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넘지 않으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나머지 시장은 말 그대로 ‘오픈 마켓’ 이기 때문이다.

-미국 풍력시장의 특징은.
발주처가 매우 보수적이다. 품질과 성능을 매우 중요시한다. 가격 면에서는 메리트가 있다. 미국은 ‘온리(only) GE’다. 시장점유율이 50~60%나 된다. 나머지 시장을 놓고 유럽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시장, 어떻게 공략할 계획인가. 
우선 미래 라이벌기업인 GE와 미쯔비시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 2007년 세계 추세는 1MW에서 1.5MW로 커지는 중이었다. GE는 1.5MW를 개발한 이유다. 덕분에 미국은 1.5MW가 50%나 차지하게 됐고, 다시 유럽 기업들은 2MW로 승부를 거는 대형화 추세가 가속화 됐다. 2008년 미쯔비시가 2.4MW를 출시하자 삼성중공업은 2.5MW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미국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E보다 더 좋은 부품, 더 좋은 성능,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쯔비시처럼 나셀 조립과 전체 시스템 설계만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나머지 부품은 아웃 소싱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삼성중공업의 2.5MW급 풍력발전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달라.
세계시장 점유율 1~3위의 검증된 부품만 사용한다. 예를 들면 타워는 동국S&C, 영구자석형 발전기와 풀사이즈 컨버터는 ABB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풍력시스템에서는 유일하게 기어박스에 유압식 지지대를 탑재해 기어박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진동을 흡수해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했다. 핵심부품인 드라이브 트레인은 동적 시뮬레이션, 동하중 시험, 가속 수명 시험을 통과하면서 성능은 물론 설계 수명 25년을 검증받았다. 여기에 조선부문에서 축적한 세계 최고의 제어기술을 결합시켜 성능과 전력품질, 그리고 철저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장 건설 현황은.
총 6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200기 규모로 오는 8월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이후 200기, 200기 단위로 늘려나갈 계획인데 제품 수주와 연계해 공장을 설립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의 풍력사업 계획은. 
사업 첫 해 3~5억 달러 수주했다. 올해에는 10억 달러가 목표다. 올 하반기에 미국시장이 살아날 전망이다. 내수도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남동발전 등 발전자회사와 국산 풍력발전기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휴스턴에 부품 저장과 수리·교체 등을 위한 물류·A/S센터가 세워진다. 
2012년에는 중국과 유럽에 진출할 계획이다. 유럽에서 육상용은 어렵지만 해상용은 ‘오픈 마켓’이다. 현재 5MW급 제품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2년 판매, 2013년 인증 획득까지 달려갈 것이다. 해상풍력과 관련 조선 부문 역량을 살려서 설치·유지보수 선박 건조를 위한 개념 설계까지 진행된 상태다. 2015년에는 풍력발전 설비 매출 3조원(800기)을 기록하고, 세계 7위권(시장점유율 10%)에 진입하는 중기 목표를 세웠다.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다면.
국책 연구과제의 경우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해 진행된다. 제품이 나오려면 3년, 길게는 5년이 걸린다. 이렇게 느려서 세계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산업 정책의 기존 틀도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모든 걸 다 갖추고 해외로 가자는 식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중국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관련 부품업체도 많다. 우리가 더디 가는 10년 안에 중국이 따라올 것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어쩌면 풍력시장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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