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맞춤형 정책·민간 금융모델 개발 ‘시급’
신재생 맞춤형 정책·민간 금융모델 개발 ‘시급’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0.09.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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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역할 확대·녹색 전문 금융인력 양성 필요
녹색인증제도 개선, 실질적 녹색금융 활성화 ‘촉매’

▲ 지난 16일 열린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활성화 방안 워크숍’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09년말 기준 약 7400억원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지원했다. 가로릭만 조력발전사업, 태기산 풍력발전사업, 불가리아 태양광발전사업,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에는 녹색산업 육성자금으로 1조원을 설정한데 이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기술성과 전문기업의 기술력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올해 자금지원 목표액 6조원 가운데 5000억원을 녹색기업 분야에 배정하고 7월말 현재 총 2812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녹색인증기업과 중소기업에 총 2000억원을 대출했다.
민간 금융기관도 녹색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제1금융권 14개 은행에서 26개 자체 여신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지원규모는 6월 현재 7조 1437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1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마련한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활성화 방안 워크숍’에 참석한 정부·금융기관,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협회 관계자들은 정책금융은 물론 민간금융의 투자확대와 녹색기업·기술 육성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장건상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인덱스 개발을 통한 시장 인프라 조성이 시급하다.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 혜택, 보조금 등 정부의 지원과 각종 연기금과의 매칭펀드 결성 등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신재생에너지 전문 금융인력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금융회사 내 녹색조직이 구축돼야 녹색금융도 활기를 띨 것” 이라고 덧붙였다.

신재생에너지협회 진민근 본부장은 “녹색전문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녹색기술에 의한 직전 년도 매출액 비중이 총 매출액의 30% 이상으로 돼 있는데 이를 완화하고, 결정질 태양전지 항목을 신설하는 등 녹색기술 분류 항목을 추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녹색인증제도를 활성화하고, 해당기업에 대출한도, 보증한도 확대, 이자율 우대 등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박광우 교수
“적자 녹색기업에 현금보상 필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금융지원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녹색인증제도를 정책금융공사나 기술신보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금융기관이 녹색 여수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녹색 관련 인증제도와 협조를 통해 한국의 녹색인증 제도가 국제 표준과 부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녹색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를 하면 투자액의 30%까지 세액 공제가 이뤄진다. 2009년에서 2010년에는 세액 공제 대신 연방정부의 현금보상이 실시되고 있다. 또한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에 대해서난 kWh당 0.019달러의 세금감면을 해주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연동해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기간에 적자를 보는 녹색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세액공제(ITC)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사례처럼 적자 녹색기업에 대해서는 일정한 현금보상(Cash Grant)과 같은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발전차액지원제도 외에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량과 비례한 세제혜택 제도도 없다.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 경험이 많은 해외 VC나 PEF의 국내 녹색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금융공사나 연기금과 같은 공익기금이 공동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시장연구원 현 석 연구위원
“국책은행, PPFP 모델 시도하자”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내재된 위험을 분담하거나 경감시켜 민간투자를 유도, 촉진할 수 있는 국책은행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최근 시작된 분야로 과거 사례도 많지 않고, 해외 프로젝트의 위험 때문에 민간 자본만으로는 프로젝트 추진이 쉽지 않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환경의 경제효과와 비경제효과가 혼재하기 때문에 이를 내재화해서 시장 매커니즘이 작동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PPFP(Private-Public Financial Partnership)’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자금 조달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브라운 필드(Brown Field)에 치중된 금융지원을 해소하려면 중소기업과 그린 필드를 지원할 제도적·금융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민간금융기관의 원활한 금융지원을 위해 안정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입증된 첨단기술(BAT) 리스트 등을 담은 핸드북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헤지(hedge)할 수 있는 재해보험, 날씨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기 쉬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피해를 헤지하려면 이를 지수화한 기후금융상품도 필요하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이성호 부회장
“매칭펀드 활성화, 녹색기술 인증조건 개선부터”

신재생에너지 관련 매칭펀드의 경우 민간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호응이 아직 낮다. 정책금융기관에 비해 민간의 참여의지가 약한 것이다.
매칭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제도 개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태양광 분야 녹색전문기업과 녹색기술 인증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녹색인증을 받은 기업은 매칭펀드 지원시 우대해야 한다. 그런데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다른 분야는 녹색기술 인증기준이 너무 높아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인증조건을 국내 산업 상황에 맞춰 조절함으로써 투자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매칭펀드 출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거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장기 펀드출연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매칭펀드의 적용 범위를 기술개발, 시설투자 외에도 생산공장, 연구시설용 토지와 건물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의무할당제(RPS) 같은 대규모 보급사업에서 발전사, EPC, SPC 등과 투자기관이 매칭펀드를 조성한다거나 사모펀드, 상생보증펀드 등과 매칭펀드를 연계할 수도 있다.

연기금 자산운용 실적을 평가할 때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연기금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전문 금융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펀드형태를 다양화시켜 투자방식이나 조건을 차별화해야 한다. 투자기간, 개발 단계, 출연 대상, 기대 성과 등에 따라 다양한 펀드를 개발하는 것이다.

유관 협회, 조합 등 민간커뮤니티를 활용하면 산업계 수요를 발굴, 조율할 수 있게 된다. 밸류체인별, 기업규모에 따라 회원사들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어 업계의 공통 요구에 기반한 방식으로 펀딩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산업계와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출연금이나 펀딩금 분배관리, 사업실적 관리의 통합화가 가능하다.
또한 특정기업과 분야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제어할 수 있고, 업계와 민간투자기관, 업계와 정부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도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신한금융투자 IB 태성환 연구원
“증권회사에 녹색금융 전담조직 구축해야”

증권회사 녹색 소매 금융의 문제점으로 네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녹색금융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 녹색 가치를 금융 의사결정에 반영하거나 녹색기술이나 기업, 사업을 파악해 탄소배출권의 가치를 결정하고,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부여할 때 기업 재무제표와 가치 변동 등에 대한 기준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들이 녹색성장 관련 펀드를 많이 출시하고 있지만 녹색산업과 기업의 신성장 분야를 발굴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보다는 기존 투자기업들에 대한 투자상품 출시로 위험을 회피하고 잔고 증대만을 꾀하고 있다.

녹색 소매금융의 범위도 한정돼 있다. 유럽, 북미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에너지효율이 높은 주택, 상가, 차량 구입 등을 지원하는 녹색 소매금융 상품이 다양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리우대 상품이 대부분이고, 담보도 다양하지 않다.
증권회사의 녹색 소매금융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상품이 개발되는가에 따라 시장의 헤게모니를 확보할 수 있다. 증권회사가 운용사와 함께 단순 녹색펀드에서 벗어나 상품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녹색성장 기업과 녹색채권 혼합 펀드를 개발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그린 인덱스와 사회책임 투자지수 등에 투자하는 그린 인덱스형 펀드, 녹색기업과 선물에 동시 투자하는 지수투자형 펀드, 녹색 세테크 펀드 개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환경과 금융을 연계하는 전문인력 양성차원에서 증권사 내 환경·탄소배출권 대응 TFT를 구성하고, 연수과정이나 MBA에 녹색 과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증권회사의 녹색기업 투자금융을 살펴보면 해외는 기업금융 상품이 발달한 반면 국내는 정책금융기관 기업금융 상품 위주로 발달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업금융의 경우 녹색기업의 리스크가 높아 증권회사에서 주식, CB, BW 발행 여건이 쉽지 않고 초기 산업이라 정책금융에 비해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투자 금융 영역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치중돼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도 논의 수준이고, 금융 기관 역시 준비가 부족하다. 원유시장에 버금갈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증권회사의 거래 플랫폼, 시스템 등 법적,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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