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
“도전정신 가지고 두드려야 한다”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
“도전정신 가지고 두드려야 한다”
  • 변국영 기자
  • 승인 2011.05.2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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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는 ‘비즈니스 외교’… 중국 의식하는 것은 “패배주의 발상”
자원외교는 ‘씨를 뿌리는 일’… 단기성과에 너무 얽매지 말아야

▲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
김은석 대사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신흥 자원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어디든지 마다않고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건강에 무리가 갔다. 그래서 요즘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늘 그는 5일간의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떠났다.

지난 19일. 봄 날씨 답지 않게 바람이 강하게 부는 오후 외교부청사 608호 집무실에서 김 대사와 마주 앉았다.
자연스럽게 에너지외교에 대해 대화가 시작됐다. 에너지안보와 자원 확보를 위해 어느 때보다도 외교적 협력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어쩌면 당연한 질문에 김 대사는 할 말이 많았다. “나는 자원외교를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흥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크다. 기업들이 혼자 하면 오래 걸릴 일도 정부와 함께 하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는 수단에 갔을 때의 얘기를 꺼냈다. 수단에 갔더니 장관이 밑에 국장들을 모두 데리고 자리에 나왔다는 것이다. 기업 혼자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김 대사는 자원외교에 있어 정부보다는 민간이 우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민간사절단으로 가면 항상 민간기업 사람들을 앞에 앉게 한다. 그리고 한국의 장점을 설명한다. 우리 기업들은 대규모 고용 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그들에게 기술도 이전할 것이라고 우리만의 장점을 말한다. 이 것이 중국과 우리가 다른 점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김 대사는 자원외교를 체험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외교’라고 말한다. 세일즈 외교보다는 포괄적인 의미다. ‘정부가 찾아내서 기업에게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 외교라고 설명한다. “가서 두드려 봐야 한다. 설사 헛발질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김 대사의 자원외교에 대한 철학이다.

해외 공관은 그런 의미에서 자원외교의 최일선에 있다. 자원외교에 있어 대리인이 중요한데 공관은 돈도 안 받고 폭넓고 깊고 다양한 정보들을 기업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외교공관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요즘은 자원관이나 공관장 에너지보좌관 제도가 신설돼 외교공관의 정보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기업들이 사업정보를 얻기 위해 브로커나 스폰서를 찾기 보다는 대사관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이유다.

자원외교 얘기를 하다보니 요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얘기로 이어진다. 김 대사는 아프리카를 여러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아프리카와 미래의 아프리카는 전혀 다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만 봐도 그렇다. 아프리카 인구는 40년 후면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난다. 폭발적인 증가다. 그리고 이 인구의 대부분이 젊은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아프리카를 무시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얘기가 계속되자 김 대사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아프리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면 엄청난 성공을 이룰 것이라는 개인적 확신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두드려야 열린다’는 긍정적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중국 얘기를 꺼냈다. 중국이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한 것이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생각할 가치도 없는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중국이 가져갔다고 해서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리를 선호한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한국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 작고, 자신들처럼 식민지 경험도 있고, 가난을 극복하고 잘 살 수 있다는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익만을 쫓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간다면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문을 열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외교든, 사업이든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힘든 면이 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무엇을 하는 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기 마련이다. 이 말에 김 대사는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답변은 명확했다. “자원외교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면이 있다. 자원사업 역시 불확실성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성과에 너무 얽매지 말아야 한다. 나는 자원외교를 ‘씨를 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열매는 열릴 것이다”

자원외교 만큼 에너지·자원정책도 중요하다. 그래서 물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자원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 대사는 지경부 소관업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전제 아래 조심스럽게 생각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현재 에너지정책은 적절하다는 것이 김 대사의 평가다. 요즘 현안인 원전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강화하면서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사는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크다. 국가적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가스시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중남미의 경우 전력문제가 심각하다.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앞으로 화력발전보다는 가스발전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셰일가스가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100년, 200년을 쓸 수 있는 양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여러나라들이 셰일가스에 관심을 가지고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얘기는 흘러 신재생에너지로 바뀌었다. 최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창립됐고 우리나라가 이사국에 선정됐다. 특히 중동의 산유국인 UAE가 이 기구의 창립을 주도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역시 답은 확실했다. “UAE에게는 미래를 보는 현명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중요하다. 나는 기술개발을 믿는다.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개발이 이뤄질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기술개발에 따라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김 대사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번 신시장 개척을 위한 적극성을 당부했다. “에너지·자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만큼 투자도 해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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