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메아리친 그이름 ‘에너지 가격’
허공에 메아리친 그이름 ‘에너지 가격’
  • 한국에너지
  • 승인 2011.08.2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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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은 에너지 정책의 골조다. 건축에 비교하면 나약한 골조에 이태리제 대리석 같은 화려한 외장재로 건물을 지어놓은 것과 같다”
‘에너지 가격’을 주제로 한 세미나장에서 패널로 참가한 한 인사가 정부의 에너지 가격 정책을 비유적으로 비판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의 왜곡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에너지 소비의 끝없는 증가, 물 쓰듯 쓰는 에너지의 소비실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왜곡된 에너지 가격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가장 원론적인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데도 불구하고 20∼30년을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왜곡 실태는 참으로 가관이다. 석유 제품(휘발유, 경유 등)은 시장 가격에 맡겨 놓아 비싸다고 정부까지 나서서 압력을 가하고 전기 가격은 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전력사업자의 적자는 갈수록 커지고 급기야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는 형국이다.
발열량 기준으로 보면 석유제품의 가격은 전기가격의 2배나 된다. 다시 말하면 석유제품으로 전력을 생산해 판매하는 전기가격이 석유제품 원가의 50% 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원자력 발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럴 때 ‘아이러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인용하는 OECD 국가들은 석유류 제품 가격에 비해 전기 가격은 2∼4배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OECD국가들은 평균 10% 전기 소비가 늘어났으나 우리는 무려 약 130%에 이르는 소비 폭증을 불러왔다.
또 한 가지만 더 나열한다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에너지 가격이 더 낮다는 사실이다. 적게 쓰는 가정이 가장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힘없는 개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 구조의 왜곡 현상을 정책 당국자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들도 만나면 에너지 정책의 실효성을 살리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가격이 정상화 되어야 한다고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학술지 ‘에너지경제연구’ 발간 10주년 기념포럼으로 선정한 주제가 에너지 가격이고 그리고 에너지원 믹서다. 이 두 가지 주제는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큰 양대 골격이다. 10주년 기념포럼의 주제로 선정할만한 중요 사안이다.
하지만 수십 년을 같은 소리를 해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연구’라면 과연 그것이 연구로서 가치가 있다 할 것인가.

특히 에너지 믹서 문제에 있어서는 원전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밖에 내놓지 못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정책 자료를 생산하는 곳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결국 30여 년 동안 허공에 소리친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연구 실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훌륭한 연구의 결과물이 정책에 반영되어 에너지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될 수 있도록 할 때, 비로소 높이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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