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사는 이치
세상을 사는 이치
  • 한국에너지
  • 승인 2011.09.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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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있을 때마다 재현되는 장면이 있다. 피감자가 열심히 공부하여 감사위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형과 감사위원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물 흐르듯 넘기는 이른바 읍소형이라고나 할까?
언론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가 기사거리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더 반길 일이나, 피감기관의 입장에서는 후자가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전자형은 시시비비 따지다 보면 어찌되었던 감사위원들이 권위를 살리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각종 자료를 요구하거나 심한 경우 괴씸죄마저 들고 나오는 경우가 있어 피감기관이 피곤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후자형은 전자에 비해 어려운 질의가 있더라도 추후 문서로 답변하겠다고 하면 그것으로 종결 처분된다.

전자형의 특성이라면 전문가형, 학구파들이 대부분이고 후자형은 세상물정을 많이 겪은 정치형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또 특성이라면 전자형은 비교적 잘나가는 스타일이고 후자형은 정치적 백그라운드가 약한 사람이 많은 측면도 있다.
이번 국감 중 에너지 분야에서는 150만 가구의 정전사태가 최대의 이슈다.
국감위원들은 지적사항을 끄집어 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정전사건은 더없는 호재다.
이 호재를 두고 지경부 장관은 국감위원들과 맞붙었다고 해야 하는 표현이 옳은 것 같다.

지경부 장관이 아무리 잘나가는 실세라고는 하지만 자책의 요인이 있는데 국감위원들과 맞붙었으니 결과는 KO패 밖에 더 있을 수 없는 일리다.
최 장관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에 대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장관 부임 이후 그의 행태를 보면 이번 국감장에서 한 행위는 연장선상이라고 불 수 있다.
최 장관은 장관임명 청문회에서 여야가 못마땅해했으나 그의 업무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던 MB가 직접 전화를 걸어 청문회를 통과시켰다.
그랬으면 자신을 뒤돌아 보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MB가 뒤에 있다는 오만함, 자신감에 오히려 젖어버린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가을 들판에 벼가 익어가고 있다.
우리 속담에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장관의 자리라는 것이 세인들이 옛날처럼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장관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고 지위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세상을 사는 이치를 깨달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다.
에너지 분야 피감 기관장들이 무사히 국감을 넘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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