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수요관리제도’가 성공여부 관건
‘보급·수요관리제도’가 성공여부 관건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2.05.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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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기 보급 주력… 다양한 차등요금제 도입
2030년 세계시장 2조천억불… 2억3000만톤 온실가스 감축

한국 스마트그리드 산업이 제 1라운드를 마쳤다. 1라운드는 스마트그리드 산업 육성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현재 업계는 정부가 수립 중인 지능형 전력망 산업기본계획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발표를 앞두고 시기를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하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지난 제주실증단지와 같은 단기적인 사업에 머무는 수준이라면 민간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반적으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와 초기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낮은 편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대규모 스마트그리드 기술개발을 장려하고 2009년 11월에는 스마트그리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같은 해에 제주 실증단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고 지난해 11월에는 지능형전력망법을 제정해 산업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초기부터 제주실증단지까지 정부가 투입한 자금만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초기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전력분야에 정책적으로 IT를 도입하려는 고민으로 시작됐다.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전력기반 시스템 운용이 복잡해지고 개방이 필요해짐에 따라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5년 당시 전력 IT종합대책에 근거해 정부주도의 대규모 기술개발사업이 추진됐으며 당시 중전기업체와 전기공학학계가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개발과 보급이 분리돼 추진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전력업계와 학계 주도를 벗어나 제주실증단지라는 개방적인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초기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지식경제부 주도하에 민간 컨소시엄 형태로 출발했다. IT·에너지 등 5개 분야에 걸쳐 168개 민간 기업이 참여해 실시간 요금·전기차 충전·신재생에너지 등의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실증단지는 전력산업과 디지털·IT를 접목해 내수에 머물러 있는 중전기기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변모시키고 수출품목으로 부상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이를 위해 전 산업역량이 제주도 구좌읍이라는 좁은 지역에 집중됐다.

하지만 제주실증단지 사업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결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2030년 110조원 이상의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
평가가 낮은 요인은 다양하다. 업계는 수요거래가 아닌 공급위주의 전력시장이 여전히 견고하고 중장기적 투자를 이끌만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력부문의 개방을 촉진하기 위해 답보상태에 놓인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전력요금 왜곡과 아날로그 기반의 전력기술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 등 전반적으로 전력계의 구조적 문제와 닿아있는 부분이 많아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전력부문에 대한 개혁과 시장창출을 문제시 하는 이런 목소리와 함께 정부와 한전 등 전력기관에 의존하는 사업추진방식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실증단지가 말 그대로 실증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도 있다. 특히 전력시스템과 전력거래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력부문에 대한 융합과 개방의 불가피성을 상기시킨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성공여부는 보급과 수요관리제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보급계획은 2016년까지 5년 동안 스마트그리드 기기 보급과 지능형 수요관리 시장운영, 서비스 사업 육성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핵심기기 보급에 주력할 계획이다. 가정용 전력측정기기인 스마트계량기를 2가구당 1대를 보급하고 기계식 계량기를 AMI로 교체해 현 72만대에 불과한 AMI 보급을 1000만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지능형 수요관리제와 다양한 차등요금제도 도입된다. 지능형 수요관리제는 스마트그리드 기술력을 활용해 전국단위 수요반응 서비스를 실행하는 것이다. 수요관리사업자가 상가·빌딩 등과 계약을 통해 감축 가능한 수요자원을 확보하고 입찰한 뒤 전력거래소 감축 지시에 따라 수요량을 줄이며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AMI, EMS(에너지관리시스템) 등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적용된다. 이 제도를 통해 기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던 부하관리 프로그램보다 빠르게 수요 감축으로 실현할 수 있다. 정부는 수요 감축 이행에 따른 정산금과 함께 용량대기에 따른 정산금을 지급해 사업장과 일반 건물에서 수요 감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보상해줄 계획이다. 수요시장에 등록되면 전력부족에 대비해 항시 대기상태에 놓여있게 되기 때문에 그 피해액을 보전해 준다는 것이다. 

제주실증단지 운영 결과에 따라 다양한 차등요금제 역시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실시간 요금제 운영기술을 확보하고 차등요금제와 피크요금제를 실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용 선택형 차등요금제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요반응 서비스 사업자로 등록된 기업 역시 초기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대한 낮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는 추세다. LS산전을 시작으로 금호ENG, 우암코퍼레이셔, 시브이네트, 하이텍이피씨, 우진산전, 벽산파워, LG CNS가 서비스 제공사업자가 됐다. 이들 기업은 수요반응과 전기차 충전, 기타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도 강하다. ‘2012년도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시행계획’을 살펴보면 스마트그리드 기술개발 사업에 약 679억원을 투자하고 보급지원사업에 36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한 것은 스마트그리드 시장의 확대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스마트 그리드 관련 시장 규모가 2조9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7년까지 관련 IT분야만 86억 달러에 도달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전KDN 역시 2010년 1340억에서 2030년 8700억 달러로 스마트 그리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통해  2030년까지 총 2억30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  연간 5만개의 일자리 창출, 74조원 내수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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