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산업계, 요금 바라보는 시각차 크다
한전·산업계, 요금 바라보는 시각차 크다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2.06.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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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원가보상률에 의문 제기...한전 “산업계가 비교 잘못해”

 


전기요금 인상이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제출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획재정부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며 전기요금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일부 언론도 정부가 이달부터 산업계는 6%, 주택용은 3%대의 인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발표되자 산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의 인상이 있었음에도 다시 요금을 올린다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것이다.

특히 산업계는 전력다소비 업종인 제조업을 바탕으로 하는 현 경제구조와 열악한 중소기업의 환경을 내세워 전기요금 인상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용 요금도 논란이 일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전기요금체계에서 유일하게 가정용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어 각 가정마다 전기사용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전력요금을 올린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지식경제부는 브리핑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시기와 용도별 인상폭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그동안의 언론보도를 일축했다.

지경부는 기획재정부와 전기요금 인상안을 놓고 실무협의에 착수한 단계이며 지난달 30일 전기위원회 심의에서도 인상안은 제외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기획재정부와 협의후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정부가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통과시키지 않는 한 전기요금 인상을 당초 계획했던 6월초부터 시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전 측은 “지금 세대가 쓰고 있는 전기사용료를 후대가 지불한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계 “세번 인상, 너무하다” vs 한전 “아직 원가에도 못미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철강협회,한국조선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19개의 산업계 대표단체들은 지난달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한전에 몇 가지 요구를 전달했다. 요구사항은 주택용을 비롯한 모든 용도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것, 용도별 원가회수율 자료를 제시할 것,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요금 인상 계획을 수립할 것 등이었다.

산업계는 요금인상이 산업용에 편중돼 2000년 이후 주택용이 4.1% 오르는 동안 산업용은 61%가 상향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쟁국과 대비해 비싸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산업계는 한전이 언론에 밝힌 원가회수율도 지난해 12월에 정부가 발표한 수치와 다르며, 6.5%가 인상됐음에도 산업용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6.9%p 하락하고, 동결된 주택용은 1.9%p 상승하는 등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근거에 대해 신뢰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산업계의 주장이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전은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상향조정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원가회수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초기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현재보다 매우 저렴했음을 반증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61%나 올랐음에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을 고려하면 산업계가 그동안 얻은 값싼 전기요금으로 얻은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전은 주택용 요금과 산업용 요금을 비교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위주의 높은 밀집도를 갖고 있고, 저소득층에게 원가 이하의 전기료를 부과 중이며, 주택용에 심야를 포함하는 등 외국과 비교해 다른 점이 많은 우리나라의 주택용 요금을 타 국가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을 단가비율로 보면 우리나라가 높으므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전은 단가별로 주택과 산업부문 모두 2010년을 기준으로 주택과 산업을 각각 kWh당 달러로 매기면 한국이 0.083, 0.058인 점을 감안한 때 주택과 산업용 각각 미국(0.116, 0.068), 프랑스(0.165, 0.106), 영국(0.199, 0121), 일본(0.232, 0.154)등과 비교해 가장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요금이 올랐음에도 원가회수율이 하락한다는 주장 역시 산업계가 수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해 잘못된 분석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지난해 12월 요금인상전 88.7이었던 원가보상율이 조정후 87.5로 내려간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바 있다. 한전은 산업계가 말한 요금인상전 88.7은 당시 유가기준으로 향후 1년간 원가 및 요금인상이 없을 경우 판매단가에 8월 인상분의 연간효과를 반영해, 추정한 원가 보상률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정후 87.5는 지난해 8월 요금인상분 5개월, 이후 12월 요금인상분 1개월을 반영한 실제수치로 같은 방식으로 도출된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산업계가 지난해 12월 요금인상후 조정된 94.4라는 원가보상률 수치보다 올해 92.4라는 수치가 더 내려간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한바 있다.

한전은 이 역시 94.4는 지난해 11월 유가 등을 기준으로 향후 1년간 원가 및 요금인상 후 연간효과 (8월,12월 인상)을 모두 반영한 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원가보상률이라고 올해 도출된 92.4는 올해 원가 및 판매계획를 원가보상률에 반영한 추정수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비교 대상은 지난해 실제수치인 87.5에서 92.4로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보상률 수치 논란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자체 실적을 분석해 외부에 완전히 공개하는 기업은 없다”며 “특히 한전은 공기업인 관계로 해당 실적의 경우 100% 가깝게 노출돼 있어 수치를 조작하거나 숨길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주택용과 중소기업 요금 올려야 하나
용도별 전기요금제도로 나눠져 있는 우리나라는 비생산 부문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일반용과 주택용에 비싼 요금을 부과하고 산업과 농어촌에는 경제지원차 낮은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세는 최초 100㎾H까지는 56.20원/㎾H이지만 500㎾H 초과시 656.20원/㎾H으로 전기사용이 5배가 늘면 요금은 최대 12배 가까이 오른다.

일반시민들은 누진단계에 따라 가중되는 전기요금을 의식해 전력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전력사용량보다 많은 금액이 부과되는 5∼6단계의 주택용 요금 사용자는 전체 전력사용가구의 8.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 2007년 국가별 1인당 전력소비량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가정용 전력소비량에서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전기료는 11%가 높았다.

에너지시민연대, 녹색연합 등 환경관련 시민단체 등은 그동안 원가이하로 전기를 사용한 산업체를 위해 일반시민들이 누진세 등 과중한 부담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은 누진제를 크게 적용받는 5∼6단계를 제외한 4단계까지의 요금은 원가에 크게 못미치는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한전은 OECD 평균 kWh당 전기요금이 0.157달러인 반면 우리나라는 0.083이라며 주택용 요금 역시 평균상 타 국가와 비교할 때 매우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역시 전기인상으로 원가상승이 불가피해 질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원가 이하의 전력요금으로 많은 이익을 본 대기업과 함께 도매급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하지만 한전 측은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갑)요금이 원가회수률이 가장 낮으므로 중소기업만을 위한 혜택을 하기는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해야지 요금제를 통해 지원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산업용 전기에도 누진제를 적용해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많은 전기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통해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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