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정제시설·기술력 ‘원동력’
세계적 정제시설·기술력 ‘원동력’
  • 안효진 기자
  • 승인 2013.01.02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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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생산품 60% 이상 수출… 수출품목 1위 달성
급변하는 에너지시장 발맞춘 정제산업 전략 필요

 

▲ SK에너지 직원들이 고도화시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비산유국에서 석유제품을 최대 수출품목으로 키웠다는 것은 수출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입니다.” 지난달 5일 열린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국내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출상을 수상한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의 말이다.

이날 기념식에서 GS칼텍스는 올해 최고상인 ‘250억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바로 다음 등급인 ‘200억불 수출탑’을 받았다. 현대오일뱅크도 ‘80억불 수출탑’ 수상 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허 회장의 말처럼 국내 수출선은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수출품목 1위는 2009년도 선박에서 2010년 반도체, 2011년 선박으로 대부분 무선통신기기, 철강, 자동차 산업이 주류였다.

그러나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1위 자리에 오르면서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이 약화되는 등 범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전반적인 수출시장 여건이 위축되고 있는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 4대 정유사는 선제적 투자, 경영, 마케팅 전략을 통해 지난해 석유제품을 수출품목 1위로 달성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석유관련업계 통계자료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 기준 517억 200만 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수출액은 각각 125억달러, 47억달러로 2011년보다 7.1%, 35% 뛰었다.
국내 정유사는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윤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매년 생산품의 6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였던 이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시장에 집착하지 않고 발 빠르게 해외 판로를 개척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설비투자 노력으로 고품질의 석유제품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 시장을 뚫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국내 4대 정유사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에 대한 시장 확대를 소화할 수 있는 대규모 고도화 시설의 투자와 증설을 적기에 수행해왔다. 정유4사는 2007년 이후 약 10조원을 고도화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08년 6만b/d 용량의 제3고도화시설 완공했으며 현대오일뱅크 2011년 두번째 고도화시설을 완공했다. GS칼텍스는 5만3000b/d 용량의 네번째 고도화시설 공사 중에 있으며 올해 완공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정유사는 세계적 수준의 원유 정제시설과 기술 확보, 높은 품질 등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었다. 

세계 10위권 내의 단일 공장은 SK에너지(2위), GS칼텍스(3위), S-OIL(7위) 3개 국내 정유사가 차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다른 나라보다 가격경쟁력이 높다. 단위 공장당 정제능력도 55.7만b/d로서 일본의 3.5배에 달한다.

정제시설의 입지도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한몫했다. 국내 정제시설은 항구를 끼고 있고 대규모 배후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원유 수입과 석유제품 수출에 동반되는 부대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었다.

품질 또한 강점이다. 국내 환경기준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우리나라와 품질규격이 유사하고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미국과 유럽 등에 추가적인 공정을 거치지 않고도 수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석유제품의 품질은 황함량 10ppm 미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편, 이러한 석유제품 수출에는 명암도 존재한다. 관련 업계는 국내 석유제품 유통시장에서 정부가 전자상거래, 할당관세·부과금 환급제도 등 수입품에 대한 특혜를 강화함으로써 국내 경영환경이 악화돼 상대적으로 수출이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 국민의 혈세를 가격경쟁력이 없는 해외 석유제품에 지원해 해당 수입 제품의 국내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해외 석유제품의 국내 유통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상당히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유4사의 행보는 어떨까. 일단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는 세계 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싱가포르 허브 중심의 트레이딩을 통한 제품 수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인도네시아, 홍콩, 베트남 등 역내 주요 국가에 고정 거래처를 확보해 수출 국가와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종합화학은 팽창하는 중국 시장에 진입해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화학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과거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해 그룹 내 중국 시장 공략의 선봉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SK루브리컨츠도 중국, 러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GS칼텍스도 해외시장 개척에 광폭횡보를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 2011년 4월 타이요 오일과 GS칼텍스 여수 공장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시설 증설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시설은 오는 2014년 말 완공 예정이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GS칼텍스의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은 연산 135만톤에서 235만톤으로 증가하게 되며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갖추게 된다.

또한 GS칼텍스는 1조3000억원을 투자해 네번째 고도화시설을 짓고 있다. 올해에 이 시설이 완공되면 GS칼텍스는 하루 26만8000배럴 규모의 고도화 능력과 높은 고도화 비율(35.3%)을 갖추게 된다.

아울러 GS칼텍스는 올해 안에 중국법인 설립과 모스크바 지사 설립 등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S-OIL은 해외시장의 판로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 상해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지사를 신설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를 통해 수출 확대를 견인하는 동시에 신규 수출시장 개척에 매진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일본 코스모석유와의 합작을 통해 연 45만톤 규모의 BTX 생산시설을 총 150만톤 규모까지 확장하는 제2 BTX 공장을 착공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총 공사비 6000억원에 투입되는 신규 BTX 공장은 벤젠, 파라자일렌 등을 연간 100만톤 생산하는 시설로 2013년 상반기 상업가동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신규 BTX 설비에서 추가 생산되는 물량 전량을 중국, 대만, 유럽 등 해외로 판매해 매년 약 1조원가량 수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신항에 총 사업비 1000억을 투입해 석유와 석유화학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유류저장 시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유4사는 앞으로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시장에 발맞춰 정제산업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정제산업을 포함한 세계 에너지시장은 셰일가스와 샌드 오일 등 비전통자원과 신재생에너지의 상용화에 따라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정유사들은 불확실한 미래의 에너지 시장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면서, 중장기 시장성과를 극대화시키는 노력에 기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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