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든 로셰드 임페리얼 런던 칼리지 박사
“스마트그리드, 확실한 미래 유망사업”
에이든 로셰드 임페리얼 런던 칼리지 박사
“스마트그리드, 확실한 미래 유망사업”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3.03.1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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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구조개편, 효율 뛰어나나 수익 따른 투자 쏠림 있어

 

  에이든 로셰드(Aiden Rhodes) 박사는 임페리얼 런던 칼리지 소속 리서치 선임연구원이며 정부출연연구재단인 RCUK(Research Councils UK)소속으로 정부의 에너지 계획수립 시 환경정책에 대한 리서치와 조언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 내 전력산업과 신재생에너지 및 스마트그리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영국의 에너지 관련 기술 R&D에 대한 보고서를 공유하고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기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방문했다.

 

-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영국의 에너지 관련 기술 R&D 보고서와 프로젝트, 그리고 사업 면에 필요한 접점을 찾기 위해 방문했다. 한국은 에너지 방면에서 혁신적인 시스템과 프로젝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영국인들은 한국의 가전제품에 많이 노출돼 있다. 한국은 중공업과 제조업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고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영국에 풍력발전터빈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의 중공업·제조업 관련 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정부·산업·학계가 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 작성하고 있는 에너지 관련기술 R&D 보고서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보고서는 영국정부가 에너지기술 부문에 걸쳐 리서치를 잘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리서치가 영국의 에너지정책과 잘 연계가 되고 있는지와 어떤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에너지부문에서 무엇을 수출하고 수입할지 가늠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꾸준히 발간될 예정이다. 영국정부는 2050년까지 80%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정책자들이 에너지부문에 대한 점검을 하는데 보고서가 활용될 예정이다.
보고서 작성에 있어 한국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중공업과 제조업체가 매우 강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이 영국에 터빈공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마트그리드와 관련해 전자기기 및 스마일 폰과 같은 모바일기기와의 연계에 많을 관심을 갖고 있다. 영국 역시 스마트기기의 보급이 매우 높은 편이고 에너지부문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영국의 전력산업 상황은 어떠한가.
▲마가렛 대처 수상의 개혁 이후로 전력부문을 민간에 완전 개방한지 20여년이 흘렀다. 민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절감이었다. 경쟁을 시켜 비용을 줄이고 단기간에 많은 투자를 유치하는 등 매우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서서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원별로 투자가 편중되고 있다. 영국의 전력생산 구성비는 대략 천연가스 60%, 석탄발전 20%, 원자력 20%이다. 풍력의 경우 날씨에 따라 2∼10%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이 건설비 등 초기비용이 적게 들고 비용회수가 상대적으로 빠른 천연가스발전소를 선호하고 건설비가 비싸고 비용회수가 상대적으로 느린 태양광·풍력발전에 투자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온실가스 규제를 목적으로 발전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시 세금을 물게 하고 있다. 현재는 이산화탄소 1톤당 14파운드를 매긴다. 2020년까지 30파운드를 매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연가스 사정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북해에서 나던 가스와 석유가 많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노르웨이와 러시아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 과거 석탄을 많이 생산했지만 현재는 채광이 중단된 상태다. 천연가스와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생산이 점차 힘들어 질 것으로 전망된다.

- 영국의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해 관심이 많다.
▲영국은 지난 1989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시작했다. 당시 내셔널그리드를 포함해 두 개의 전력공급·송배전망이 존재했다. 개편은 전력공급·송배전망을 지역별로 배분하고 해당 사업자가 판매업체를 선정하면 소비자들이 업체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이후 1998년 한 지역에 하나의 전력공급·송배전망 사업자를 두었던 것을 모두 묶어 전력마켓을 형성하고 서로 전기를 사고 팔 수 있게끔 했다. 이를 신에너지협의체라고 한다.
이 같은 개혁을 통해 영국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천연가스 등 연료비에 따라 요금 변동비가 큰 편이긴 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보다는 등락이 적은 편이다. 
전력산업은 비용 면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간 영국은 전력공급·송배전망 등 전력분야에 대한 투자와 가격부문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투자는 공급·송배전망 사업자가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해 투자를 받거나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 전력생산 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고 규제는 어떤 식으로 돼있나.
▲전력생산계획은 세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정부와 사업자가 에너지계획을 시험·조율하고 이후 정부가 만약 두 개의 원전과 하나의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사업자는 가격을 제안, 정부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후 정부가 필요한 전력량을 제안하면 사업자는 전력공급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제출한다.
영국의 전력산업 규제는 오프젬이 담당한다. 영국의 전력부문 사업자들은 송배전부문에서는 일정한 공식에 따라 제한된 수익만을 거둘 수 있다. 대신 발전과 판매부문에서 이윤을 창출한다. 독과점 방지를 위해 오프젬은 지역별로 항상 2∼3개 이상의 사업자가 존재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영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은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관련해 별도 투자금액을 마련한 상태다. 과거에는 인증서를 받는 발급하는 방식으로, 풍력발전이면 두 개, 태양광이면 한 개를 주는 방식이었다. 최근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사업자가 손해를 보거나 과도한 수익을 누리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영국정부는 신재생에너지가 공급 측면에서 불안정한 에너지라는 점을 감안해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꾸준히 건설할 예정이다. 평소에는 가동하지 않다가 만약 날씨로 인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에서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용이치 않을 경우 보조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등 개발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전력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이 정책은 유지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1년에 약 95파운드쯤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 영국의 전력요금체계는 어떻게 돼 있나.
▲가령 영국의 한 가정 당 전기요금이 100파운드라 하면 80파운드는 가스도입비와 이윤을 포함, 발전사가 가져간다. 나머지 10파운드는 송배전, 5파운드는 판매업체가 가져간다. 5파운드는 정부정책에 의해 신재생에너지 개발비로 쓰인다.
영국 시민들은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전기요금은 10∼20%씩 인상됐다. 천연가스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모든 계층 중 특히 고정된 연금으로 사는 노인연령의 불만이 가장 크다. 영국은 전기요금과 관련해 정부 보조금이 없다. 시민들은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에 정부가 너무 많은 지출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민영화로 인해 영국의 전기요금체계는 정치적 개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전력산업에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은 채 5%가 되지 않을 것이다.

- 영국의 지능형전력망 사업에 대해 얘기해달라.
▲지난 2011년 12월에 한국의 제주실증단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영국보다 앞서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술을 통합해 하나로 구현하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가령 LG같은 곳은 하나 화면에 스마트그리드와 관련한 모든 기능을 담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을 영국에서 많이 수입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력과 관련해 영국은 한국과 같이 외부와 차단된 ‘섬’ 상태다.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이 심화 될수록 수요조절책으로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된다.
영국은 현재 제주실증단지처럼 스마트그리드와 관련된 기술을 하나하나 시험해보고 있다. 전기차, AMI, 전기난방 등에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접목해 보는 중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각 가정마다 AMI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가격 하락과 공급 안정성 등 운영적인 측면을 살펴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미래전망이 굉장히 확실한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신재생에너지원 개발과 에너지저장을 위해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마트그리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이다. 정부에서 많은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마트그리드부문은 강력한 정부 개입이 필수다. 영국은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내셔널그리드가 스마트그리드산업에 개입하고 있다.

- 영국과 한국이 에너지부문에서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영국은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해보는데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과 중공업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에게 영국은 큰 시장이 될 수 있다. 또한 양자간 산업발전을 위해 정책교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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