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 수도 물러날 수도 없다
미룰 수도 물러날 수도 없다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3.03.22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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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환 기자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23기의 국내원전에 임시로 저장돼 있다. 전문가들은 2024년이 되면 국내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2009년 기준 1만 톤을 넘은 것으로 보고됐고 2016년부터 고리원전를 시작으로 2018년 월성, 2019년 영광, 2021년 울진원전의 임시저장소가 포화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수년 내에 별도의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규원전 건설이 불가함은 물론 현재 가동 중인 원전도 멈추어 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두고 한국이 당면한 숙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개정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다. 특징이라면 둘 다 기술적 한계가 아닌 정치·소통의 범주라는 것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의 사전 동의나 허락 없이는 핵연료 농축하거나 재처리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이 오는 2014년 3월 만료됨에 따라 이를 잘 풀어내는 일이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외교적 과제가 됐다.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원자력협정 개정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 동북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미국 정계에서는 핵 비확산 체제에 대한 목소리가 매우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잠재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만한 기술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으로 한국 내 분위기도 자주권행사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지 않냐는 여론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핵연료 농축 재처리 권한을 포기하도록 하는 골드스탠더드 조항을 재협정시 포함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박대통령의 방미 전인 4월초에 여러 외교적 현안들을 두고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하니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구조와 전기요금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원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민생활의 근간이 되는 전력의 생산을 위해서라도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미국과의 논의는 미룰 수도, 물러날 수도 없다. 원전 전문가들은 일부 여론에서 논의되는 핵무기보유를 통한 자주권행사가 원전가동을 위한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절박감을 넘어설 수는 없다며 핵무기 포기를 재다짐하고 동북아정세를 안정시킨다는 일관된 견해로 미국과의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을 볼 때, 공론화과정이 현 시점에서도 늦은 감이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어느 선상에서 국민들 사이에 합의된 의견이 도출돼야만 실제로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우리의 의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원전에 대한 수용성을 포함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전체적인 사회적 갈등을 유기적으로 풀어야만 근본적인 소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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