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와의 전쟁
가짜석유와의 전쟁
  •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3.03.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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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연구위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20년 전에 정년퇴직으로 은퇴하시고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서 전원생활을 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 얼굴도 뵙고 텃밭 가꾸는 것도 도우려고 겸사겸사해서 찾아뵙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인근의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유소에 매번 들러서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싸게 샀다고 아내와 함께 즐거워하곤 했는데, 지난 설에 그 주유소에 들렸더니 가짜석유를 팔다가 단속이 되어 한국석유관리원에서 폐쇄했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가끔 가짜석유를 판매하다가 단속이 되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지만 내가 그 제품을 구입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직접 당했다고 생각하니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떠올라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찝찝하고 허전했다.


그 이후 건설 중장비인 덤프트럭 운수업체를 운영하는 친구와의 식사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짜석유에 관해서 대화가 이어져갔다.
친구 이야기로는 운전기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시중에는 예상보다 가짜석유가 많이 유통되고 있으며, 특히 4대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될 때에는 공사 현장에서 직접 주유가 이루어 질 정도로 아주 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격이 1리터 당 2~3백 원만 저렴해도 한 달 평균 3천 리터를 소비하는 영세한 개인 운전기사나 대량으로 판매하는 악덕 주유소 사장들의 경우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 중에 하나가 ‘지하경제 양성화’인데 이를 통해서 세수를 늘리고 확보된 재원으로 국민 복지를 위해서 사용하겠다는 정책이다.
지하경제란 좁게는 도박, 가짜석유 등 불법 행위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돈과 넓게는 조세회피, 세금 탈세 등 과세가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전문가 마다 틀리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GDP 대비해서 24% 수준인 372조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중에서 6%를 수면위에 끌어 올려서 매년 1조6천억원의 세금을 더 징수해서 복지예산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 번째 대상으로 가짜석유를 주목한 것은 매우 잘 된 정책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추정하고 있는 가짜석유의 탈세 규모만 해도 연간 1조1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어서 이론상으로는 이것만 근절해도 박근혜정부가 필요로 하는 복지예산의 약 70%를 해결하고 여기에 더해서 환경오염 방지 및 국민 경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를 근절함으로써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지속적인 단속에도 가짜석유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은 원유 정제과정 중에 발생하는 석유제품에 붙는 세금이 너무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및 한국석유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1리터당 가격 대비 세금의 비중은 휘발유 약 50%(약 907원), 경유 약 41%(약 676원), 등유 약 18%(약 207원), 용제(일명 솔벤트) 약 4%(약 137원)이다.


1리터 기준으로 세금 가격이 가장 적은 용제와 주로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는 약 770원, 경유는 약 539원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뒤틀어진 세금 체계가 끊임없이 암암리에 가짜석유가 제조되고 판매가 되고 있는 이유이다.


가짜석유를 근절하는 방안으로는 분야는 틀리지만 마약 범죄에 관한 우리나라의 대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마약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재배 및 매스암페타민 등의 불법 거래를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원천봉쇄하여 마약 제조가 거의 근절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로 우리나라는 UN 등 국제사회에서 마약 퇴치 모범국 의미인 ‘마약 청정국’ 이라는 인식을 얻었고, 심지어는 이와 같은 명성을 이용하여 국제 마약 조직이 우리나라를 마약 밀수 중계지로 이용하는 원치 않은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동안 국가 세수 확보라는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만 급급하여 휘발유 및 경유 등 특정 에너지원에만 치우친 세금 부과 제도를 바로 잡으면 가짜석유는 박물관에만 존재하는 역사의 유물로 남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듯이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140개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의 대표적인 첫 번째 사례가 가짜석유 근절이 되기를 에너지가족의 한사람으로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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