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종교계 결의문과 기탄잘리
기후변화에 관한 종교계 결의문과 기탄잘리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05.16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머리를 꼿꼿이 들고 있을 수 있는 곳, 지식이 자유롭게 운행하는 곳, 세계가 좁은 벽으로 조각나지 않는 곳, 말(words)이 진리의 심연에서 솟아 나오는 곳,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뻗쳐서 암울한 죽은 관습의 모래사막에서도 이성의 맑은 물줄기가 마르지 않고 흘러가는 곳, 당신에게 이끌리는 마음이 폭넓은 사유와 더 나은 행동을 향해 나아가는 곳, 자유의 나라, 그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버지여! 우리의 조국을 깨워주소서.


귀를 의심했다. 한국을 지칭한 ‘동방의 등불’이라고 알려진 타고르의 시를 그렇게 만나게 될 줄을. 백악관을 마주하고 있는 워싱톤의 한 작은 교회에서였다. 미성공회, 미루터란교회, 스웨덴(루터)교회가 기후변화에 관한 공동결의문을 선언하는 날이었다. 기후과학자 케빈 눈 박사의 기조 연설중에 이 시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그는 그 시를 라빈드라나스 타고르의 기탄잘리 35번이라고 소개했다. 이틀간의 모임이 끝난 후에야 왜 그 시를 낭송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절묘한 선택이었다.


이날 세 종단의 공동 결의문 발표 모임의 주제는 ‘기후변화 시대의 지속적인 희망’이었다. 일정속에는 대표자들은 채택된 선언문을 가지고 의회를 방문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웨덴 교회의 대표 추기경 앤더 위리드와 루터교회를 대표하는 마가렛 블릿조나스 목사가 배석한 가운데 미성공회 대표자인 교구장 캐서린 소리(Katharine Schori)주교가 선언문을 낭송했다. 기조연설자로 예일대학에서 신학과 생태학 포름을 주제하는 삼림환경연구학부의 교수인 메리 에블린 터커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의 지구환경과학부의 수장이며 스톡홀름 대학의 기후학 교수인 케빈 눈 박사였다.


스웨덴과 미국의 환경신학분야의 교계 지도자들과 학자, 저자들, 환경운동가들로 구성된 패널이 자체 토론과 청중의 서면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은 주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문제점으로 기후변화가 전례가 없는 인류사 최대의 위기임에도 언론 보도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 한다는 점과 기후 재해 보도에서 언론인들이 이를 기후변화와 연결시키고 있지 않는다는 점과 언론사들이 대부분 화석연료산업에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다른 문제점은 언론이 보도의 중립성을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보도에서 반대 의견을 포함시키지만 기후변화는 과학적 사실이기에 오히려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대중은 기후과학이 사실이 아닌 하나의 이론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통계와 데이터로만 말하지 못한다고 한다. 케빈 눈 박사는 “우리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할 수는 있지만 느끼게는 할 수 없습니다. 느끼게 하지 않으면 행동을 바꿀 수 없습니다” 느끼게 해 주는 역활이 바로 언론이고 종교이고 예술이라고 한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는 분명히 하고자 한다. 과학적인 데이타는 엄중하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북반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온난화가스를 배출을 한것이 원인이 되었음을 아프게 인정한다”고 한다. 이들의 취지는 남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의 행동을 재점검해우리를 창조하신 신의 뜻과 연결시키며 신앙공동체가 새로운 존재 형태로의 변화에 도전하게 하려는 것”에 그목적이 있다고한다. 따라서 “온난화의 진행을 역행하게 해 하느님이 ‘좋다’(창세기 1장)하신 이 땅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한 우리 자신의 행동의 변화에 특별한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신앙고백을 담고 있다. “하느님이 우리 손에 세상을 돌보라고 쥐어 주신 그 신성한 신뢰를 소비할 수 있다는 라이센스로 알고... 없애 버리고 파괴해 버렸음을”, “우리 자신의 편안함을 다른 사람들, 특히 우리 중에 가장 약한 사람들과 신의 다른 창조물의 안녕보다 더 우선적으로 여겼음을”, “우리의 잘못된 선택으로 우리 뒤에 올 수 천 수 만 세대가 짊어질 어려움과 고생에 무관심했음”을 고백했다. 또한 “신이 사랑하시는 이 세상을 모독한 우리의 행동에 대해 뉘우치고 용서를 빈다”고 적고 있다.


그러므로 “저탄소 사회로 옮겨가는 것은 실질적이고도 경제적이며 오히려 더 나은 삶을 구축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점증됨을 기반으로 희망을 얻고자한다”며 “우리는 개인의 일상에서의 행동 변화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지구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될 것을 약속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선언문을 다 읽고 나니 기탄잘리 35번이 이날의 긴 선언문을 아홉 줄 속에 함축하고 있었다.
“(중략) 당신에게 이끌리는 마음이 더 넓은 사유와 더 나은 행동을 향해 나아가는 곳, 자유의 나라, 그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버지여! 우리의 조국을 깨워주소서.”영국에게 빼앗긴 자신의 조국을 깨우려는 당시의 타고르의 이 시가 일본에 조국을 빼앗긴 대한국민을 위한 희망의 등불이 되었듯 오늘 병든 지구를 살리기 위해 미국을 깨우는 목소리로 그 자리에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