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에너지세상 ‘스마트그리드’
전력과 IT 만남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새로운 에너지세상 ‘스마트그리드’
전력과 IT 만남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3.05.2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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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그리드가 구현된 상상도

비싼 전기요금 절약하고 저장된 전력 팔 수 있어 
실시간 가격 정보 따라 자동으로 실내온도 조절

 2020년 어느날. 평택에 있는 한 전자업체서 전사적 에너지관리 업무를 하는 K씨는 전날 생산공장에서 소비된 전력량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정을 비롯한 모든 사업장의 전기는 주가처럼 그때그때 바뀌기 때문에 같은 전력량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전기요금이 크게 변동된다. K씨는 점점 에너지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는 새로운 기획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K씨는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에너지비용을 상당히 아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풍력발전기와 BIPV로 교체해 낮 시간대의 비싼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휴일에는 저장된 전력을 전력거래시장을 통해 한전에 되팔아서 수익을 얻을 계획이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K씨는 사무실의 실내온도가 약간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시원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다. 밤 요금의 10배가 넘기 때문이다.
그래서 K씨는 회사의 전력거래소가 제공하는 실시간 전력가격 정보에 따라 자동적으로 실내 온도를 올릴 수 있도록 각 사무실의 냉방기를 자동운전하고 있다.
요즘은 사무실 온도를 약간 올릴 경우 전력거래소에 자료가 전송돼 환경관련 세제를 감면받고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아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제 한국도 교토의정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에너지절감이 외화 유출 방지와 새로운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바쁜 하루가 지나고 난 후 K씨는 주차장에 내려가서 자신의 하이브리드카의 플러그를 뽑았다. 예전의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 엔진에서 발생하는 일정 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했지만 최신형인 K씨의 자동차는 플러그를 통해서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돼 있다.
보통은 잠잘 때 30kW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고 출근한다. 외근이 없으면 주차장에 설치된 스마트미터기에 플러그를 꽂아 오전 중에 완전히 충전한다. 전력요금은 100원/kWh 내외다.
정오를 지나면 전력거래소에서 실시간 전력요금 정보가 자동차의 에너지관리시스템에 인터넷으로 전달된다. 보통 오후 4시까지의 실시간 가격은 500원/kWh 내외이나 오늘은 1000원/kWh까지 뛰었다.
30kWh를 모두 팔아서 얻은 수익이 3만원, 그리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집에 갈 만큼만 천천히 충전하니 200원/kWh씩 15kWh 충전해 3000원이 들었다. 아파트에 설치된 스마트 전력저장장치 20kWh 시스템도 전력을 거래하므로 K씨는 보통 한 달에 20∼30만원 정도를 전력거래 수익으로 올리고 있다.
아파트에 리튬 스마트 저장장치를 설치하니 정전이 없어졌다. 전에는 가끔 있던 컴퓨터 재부팅 현상도 없어졌고 집안의 가전제품마다 복잡하던 전원 어댑터와 충전기가 모두 사라졌다. 한전의 교류서비스와 별도로 요즘은 새로운 에너지기업이 직류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하이브리드카는 충전된 전기를 주행뿐만 아니라 필요 시 혹은 비상 시에 일반전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캠핑 등을 할 때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도착하니 이미 밤이다. TV에서는 한국이 교토의정서상의 CO₂ 감축의무를 성공적으로 이행한 국가라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한국은 지난 2005년부터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집중 육성해 2005년 수준의 전력소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CO₂ 배출의 주범이었던 자동차들이 대부분 하이브리드카로 대체되면서 배기가스를 전혀 방출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 바로 스마트그리드가 꿈꾸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그리드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핵심이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양방향 통신을 이용한 실시간요금제나 전기요금의 소비자 선택권 확대, 전기차, 분산발전 등 에너지 소비생활의 혁명이 이루어 질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고 새로운 전력거래시장이 형성되며 기업의 기술개발이 이뤄질 것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얻게 되는 편익은 단지 전기요금 몇 천원이 아니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CO₂ 저감 등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녹색소비생활을 실천함으로써 녹색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도 중요하다.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중에는 아직 상용화 돼 있지 않거나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기술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들이 나름의 기술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기 위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스마트그리드 해외동향

미국, 대규모 시범사업 활발 
유럽, 유럽형 스마트그리드 비전 발표

미국의 경우 지난 2003년에 에너지부에서 ‘Grid 2030’을 통해 전력망 현대화를 위한 국가 비전을 제시한 후 2007년에 ‘Energy Independence and Security Act(2007)’ 법안에 스마트그리드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지난 2009년 ‘The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 nt Act’에 따라 45억 달러를 스마트그리드에 투자하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스마트그리드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 법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은 에너지 안보와 노후 전력망의 현대화를 통한 공급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민간 전력회사와 산업체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 기술개발과 실증단지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정부는 법적·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7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범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유럽의 경우 환경보전과 분산전원의 보급 확대, EU 내 국가 간 전력거래 및 EU 차원의 그리드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2004년 스마트그리드 사업추진 조직을 구축했다. 이후 2006년에 유럽형 스마트그리드의 비전을 발표하고 2007년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5개의 연구 분야를 선정한 후 2008년 첫 번째 드래프트 보고서를 통해 연구개발의 우선순위를 지정했다.
EU 회원국은 지난 2008년 ‘Climate and Energy Package 20-20-20’을 통해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 20% 향상, 온실가스 20% 감축, 신재생에너지 20%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 후 스마트그리드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간주하고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대규모의 실증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일본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의 계통연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신재생에너지가 증가할 때 발생하는 계통의 안전도 문제, 시스템의 밸런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자국 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을 함께 고려해 미국의 뉴멕시코주와 협력해 NMG GI(New Mexico Green Grid Initiative)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 중에 있다. 일본은 NMGGI 프로젝트에서 5MW급 및 10MW급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각종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실증하고, 사이버 보안 및 표준화를 주도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주요 3개국의 스마트그리드 추진 동향을 종합해보면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하는 주요 목적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저감이며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노후한 전력망의 현대화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적용이라는 두 가지 초점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전력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전자동화시스템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은 2030년까지 11%로써 미국의 20%, 유럽의 30%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에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11% 이상 전력망에 연계되는 것은 전력망의 안정성 측면에서 어렵다는 의견이 많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가 구현된다는 가정 아래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률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즉, 스마트그리드에 수반되는 정보·통신 기술, 에너지저장기술, 가상발전소 기술 등이 신재생에너지와 융합됨으로써 신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간헐적인 출력의 전원이 아니라 제어 가능한 일정한 출력의 전원으로 간주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서 예측되는 기술적인 장애 이외에 다른 문제가 없다면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목표를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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