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만 갖곤 힘들어…처우개선 먼저
열정만 갖곤 힘들어…처우개선 먼저
  • 조재강 기자
  • 승인 2013.06.0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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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강 기자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달 6일 석유관리원 간부들이 가짜석유 단속 정보를 흘리고 브로커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적발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전국 곳곳의 가짜 석유 판매업자들로부터 돈을 걷은 브로커들이 석유관리원 간부들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이 가짜석유를 뿌리 뽑겠다고 언론매체에서 공헌 한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어서 그 충격은 더했다. 결국 이 일로인해 강 이사장은 자진 사임했다.

이번 기회에 관리원이 처한 현실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그동안 관리원은 유통대리점 약 300개, 주유소 약 1만3000개 등 전국의 석유유통시장을 누비며 가짜석유를 발본색원 해왔다. 하지만 관리원은 전국 영업장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330명의 인력으로는 하루에 겨우 2∼3건 정도 단속 검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를 뒷받침할 사례는 여럿 있다. 그중 가짜석유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한 기자에 따르면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공감할 만하다.
그는 “단속직원들과 함께 직접 단속 현장에 나가보니 며칠간 잠복근무는 예사고, 혹여 증거인멸을 우려해 제때 식사를 거루는 것도 다반사”라며 “직원들끼리 오죽하면 이곳에 들어오면 가족과 만날 생각하지 말라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한다”고 생생한 취재담을 들려줬다.

갈수록 진화하는 가짜석유 불법행위에 이젠 직원들의 열정만 가지고 단속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금까지 석유관리원이 가짜석유 단속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한 것은 직원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서도 단속을 벌인 직원들에게 고생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격려 해줘야 않는지 묻고 싶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직원들의 노고와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처우가 먼저 개선돼야 가짜석유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예산확충, 인력충원, 장비보강 등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이제라도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관리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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