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력 이야기
소수력 이야기
  • 한국에너지
  • 승인 2013.06.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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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소수력(수력발전) 관련 인사들이 문경 경천 소수력 발전소에서 간담회를 한다기에 네비게이션에 지명을 찍고 찾아 갔다.

단양을 빠져나가니 바로 문경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이 길은 처음인데 호기심이 일어났다. 깎아지른 절벽에 사인암이라는 명승지 안내도 보인다. 계곡을 들어서는데 주변 경관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시속 2~30㎞로 가면서 모임 시간도 잊어버리고 경치 감상에 빠져들었다. 계곡에는 수 천년의 물살로 다듬어진 바위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숲은 맑고 봉우리는 높았다. 월봉이라는 빼어난 산봉우리가 보일 때 지나온 길이 월악산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굽이굽이 고개를 내려가니 왼편에 상당히 큰 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용량 3천 톤의 농수용 최대 저수지 경천댐 이다. 경천 소수력은 이 저수지에서 방류되는 농업용수로 2900kW의 전력을 생산한다. 발전소 자체는 작다. 댐 둑의 한 구석에 조그만 건물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필자는 참으로 보석 같은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구석진 곳에서 생산되는 소규모의 수력 발전량이 한 달에 100억 가까이 된다.

간담회 주요 의제는 산업부가 수력 발전소의 안전관리자 선임 규정을 1000kWp 이하는 제외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에 있는데 이를 3000kWp 이하로 확대 요청하는 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모든 수력 발전소가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지만 사실상 무인화 설비가 되어 있어 1000kWp 이하 발전소는 사실상 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본의 사례가 거론됐다. 일본은 수력발전 용량이 우리의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의 절반에 이르지만 모두 무인 운전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안전관리자의 선임 의무 규정을 설비 용량에 따라 제한 할 것이 아니라 수력 발전소의 운영 효율화 측면에서 전반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한 인사가 산업부에서는 ‘만약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 질 것이냐 한다’면서 현실의 벽을 털어 놓았다. 간담회 토론 내용을 들어보니 정부는 요즈음 규제완화 작업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살펴보니 수력 분야에 오래 전부터 요구가 있어 왔고 현실적으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는 곳도 거의 없으니 정부에서 관련 규정을 개선해 실적으로 삼으려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기회다 싶어 확대를 요구하는 모양새였다.

산업부의 본업은 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일이다. 수력은 가장 값싸고 양질의 에너지이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규제를 완화하려면 자료에 근거해서 아니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인지 고려해 할 일이지 “사고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식은 일을 피하겠다는 무사안일의 표본이다. 일본은 수 천 개 되는 수력발전소를 무인 운전하는데 우리는 무엇이 겁나 하지 못 하는 것인가. 지금은 경제가 너무 어렵다. 전국의 수 천 개 소규모의 수력 전원을 개발한다면 우리 경제 활성화에 1등 공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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