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방한
푸틴의 방한
  • 한국에너지
  • 승인 2013.11.0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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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국 원수로서는 처음 방한한다. 러시아로서는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을 만나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보고 있는 것 같아 이번 방한은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와의 주요 문제는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가스관 연결이다. 이 밖에도 유라시아 철도 연결, 북극 항로 개발이 핵심의제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국익과 깊은 연관이 있는 문제지만 워낙 큰 사안이라 쉽사리 결론낼 수 없는 사안들이다.

우리는 러시아와의 사이에 북한이라는 믿을 수 없는 집단을 사이에 두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모든 문제를 북한을 배제하고 논할 수 없다. 또한 러시아는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인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양국 간 주요 관심사들이 오래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진전이 없는 것은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이다.

이번 푸틴 대통령 방한에서 본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러 가스관 연결이 최대의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유라시아 철도 연결이나 북극 항로 개발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사업이다. 양국 간의 협력 수위를 높이려면 현실 인식의 바탕 위에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로서는 러시아가 진정한 우리의 우방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스관을 연결할 수는 없다. 그 가스관이 북한을 경유해야 한다면 더더구나 불가능한 일이다.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에너지 파이프라인을 연결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처럼 돼 있다.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북한을 경유한다면 그 어떤 조건을 붙여도 추진할 수 없는 사업이다.

그러나 철도연결은 북한이 수용만 한다면 실현가능하다. 북한을 통과하는데 기본적인 안전성만 보장한다 해도 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극단적으로 문제 발생 시 철도는 끊겨도 국가 존망과는 연결되지 않지만 가스관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철도 연결이 선결된 이후에나 가스관 연결을 검토할 수 있다. 철도 연결로 북한과의 신뢰가 바탕이 되고 이로 인해 러시아와의 관계도 한 차원 더 높아진 다음에나 가스관은 논의할 문제다.

염려스러운 점은 대구세계에너지총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한-러 가스관의 연결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지 얼마 안 돼 푸틴 대통령이 방한하는 것은 적어도 가스관 연결에 대한 사전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오래 전부터 가스관 연결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고, 대형 공사에 이해관계가 걸린 대기업들이 많다보니 한-러 가스관의 개설을 부추기는 세력이 상당히 많다.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의 차원을 높이기 위해 우선해야야 할 것은 남북 철도연결이다. 철도연결은 사실상 남북만 연결하면 큰 문제없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우리는 육로수송을 확보할 수 있고 거기에 따른 러시아, 북한과의 교류도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 철도연결 없이 만약 러시아와 가스관의 연결을 합의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성사가 쉽지도 않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로 격하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북방 국가들과 협력을 증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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