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조합
전력수급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조합
  •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 승인 2013.11.0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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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세제개혁과 전기화 억제 및 분산화를 통해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설정한 계기였다. 이러한 방향설정은 915 정전사태에 대한 분석과 평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큰 틀의 방향 재설정만으로 충분할까.

아니다. 우리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9월 15일 대정전사태는 우리에게는 아직도 진행중인 사건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이미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충분한 설명과 자세한 내용으로 그 기술적 사항에 대한 대책이 나와 있었어야 해다. 그런 면에서 과연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물론 그간 전력위기 상황이 계속되어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여 정전방지를 위한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충분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결단코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누가 수급안정에 대한 최종책임을 지는가, 혹은 수급안정의 메카니즘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지난 2년여 기간의 의기상황을 통하여 우리가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는가. 비상조치만 난무하지 않았을지 새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만약 가까운 시기에 발전소 투입이 원활히 되어 발전용량 대비 수급이 안정화될 경우 우리의 전력상황은 안정상태에 돌입했다고 보아야 하는가. 이 역시 아니다.

밀양사태가 천만다행히 해결된다고 할 경우 수급문제가 해결되는가. 아니다. 가격세제의 원만한 개혁이 완성되면 우리의 전기화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다. 여전히 우리의 전력시스템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들은 내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그 정책을 구현하고 보완하는 것은 전력계 산학연의 역할이다. 그럼 우리의 전력 생태계는 도덕적으로 건강하고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전력 산학연은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혹은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거나 최소 고민은 해보았는가.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전력부문에서 발생할 상황에 대한 정밀한 예측, 그러한 상황에 대처할 지적 역량을 우리가 자주적으로 확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 지식혁신에 그 간의 전력계의 오랜 관행, 인간관계 등이 오히려 장애요인으로 작동하지 않을지에 대한 상호비평, 그리고 과거와의 단절을 감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 등이 필요하다. 특히 산학연의 기술혁신의 요체는 결국 좋은 기술에 대한 차별적 구매에 있다. 과연 전력회사는 기존의 기기공급자와의 오랜 관행과 편파적 유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만약 앞으로 우리가 담당해야 하는 전력수급 안정이 기존의 시스템의 확대 혹은 세련화를 통하여 구현될 것인가 혹은 아예 새로운 체제에 기반한 혁신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는 물론 전기화의 속도와 전기화 정점의 규모와 시점에 있다. 그러나 기존의 세련화이건 완전한 혁신이건 모두 현재의 우리 기술력과 혁신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간극이 큰 것이 사실 아닐까.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구습과 관행이라는 장애가 존재하고 있다. 그만큼 전력산업 그리고 그에 따른 산학연은 성숙해있고 한편 노회하다. 전체의 공익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별적인 이익을 추구할 여지도 아직 많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서 공익이 보장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분야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전력회사의 소매를 개방만 한다고 조화로운 질서가 보장될 것 같지도 않다.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

수립 중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하여 전력시스템의 기본 방향이 제대로 결정되고 그리고 순차적으로 수립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0년 국가감축목표 로드맵작업 그리고 내년에 예상되는 3차 에너지세제개편 등을 통하여 공식적인 정책방향이 확고히 설정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각종 계획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여전히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우리 산학연의 각종 구태와 게으름 그리고 착각들을 모두 혁신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국가와 우리 산학연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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