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자동화의 기회가 왔다
배전자동화의 기회가 왔다
  • 이승재 명지대학교 교수
  • 승인 2013.12.0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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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재 명지대학교 교수
지난 11월 30일에 서울 왕십리변전소에 불이나 4만2000여 가구가 정전돼 시민들의 생활에 큰 피해가 있었다.

방송에서는 불이 난 현장과 엘리베이터에 갖힌 사람들, 장사를 망친 음식점 주인의 하소연하는 모습 등 정전으로 인한 여러 피해사례를 보여 주었다.

그것을 보며 필자는 속으로 ‘저런! 한전이 또 비난을 받겠군’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방송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변전소를 그물과 같이 연결해 놓아 정전지역에 다른 변전소로부터 전기를 공급해 30분 만에 정상화됐다고 하는 등 우리나라의 전력계통과 한전을 칭찬하는 말을 했다.
이럴 수가! 방송에서 한전을 칭찬하는 얘기를 들어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항상 전기사고와 더불어 한전을 비난하는 일색이었는데 의아하기까지 했다. 전력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한전은 한 배를 탄 가족이라는 느낌을 갖고있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다. 왕십리변전소 화재사고에서 정전복구가 그리 빨리 이루어진 데는 ‘배전자동화’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요, 필자는 오랜 동안 배전자동화를 연구해 왔기 때문이다.

배전자동화란 첨단 통신및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배전계통을 중앙제어소에서 원방으로 감시및 제어를 하는 기술이다.

배전자동화 시스템이 설치된 환경에서는 배전설비와 선로 곳곳에 부착된 각종 센서가 측정한 전압, 전류, 개폐기 상태, 고장유무 등 계통의 모든 정보를 단말장치(FRTU)가 중앙제어실로 전송하고 운영자는 이러한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배전계통의 모든 상황을 정확히 알게 되고 이상이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빠른 시간 내에 취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부터 한국형배전자동화 기술을 개발했고 이후 20여년이 넘도록 끊임없는 연구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배전자동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배전동화시스템 설치 현황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기술은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기술로 인정받은 바 있다.

배전자동화 환경에서 일어난 왕십리변전소 화재사고의 경우, 불이 난 즉시중앙 제어소의 운영자들은 상황을 알고 사고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관련선로를 차단하고 정전지역을 정확히 파악해 그 주변의 이웃한 변전소에서 나온 배전선로를 이용해 복구를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원격으로 감시되고 필요한 개폐기 조작 명령이 통신을 통해 빛의 속도로 이뤄지게 돼 30분 만에 모든 복구가 끝나고 시민들은 다시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배전자동화 시스템의 적용으로 인해 선로 고장인 경우 과거 1시간 넘어 걸리던 복구시간이 8분정도로 줄었다. 우리나라의 호당정전시간이 과거 300여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17분 정도로 낮아졌다. 감탄할 만할 일이고 그동안 연구개발에 종사한 관련자들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배전자동화의 이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할 경우 기존 설비의 이용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어 부하증가에 따른 선로증설이나 변전소 증설을 늦출 수 있어 막대한 투자비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전력설비 설치에 따른 민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배전자동화는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이다. 스마트그리드의 주요 주제인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AMI 등 이 모든 것이 일어나고 사람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곳이 배전계통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스마트그리드가 진행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배전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그러나 이미 오랜 운전 경험을 갖고있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이제 시작이다.

기술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그렇고 ABB, GE, SEL 등 전력분야의 굴지의 업체들도 연구개발을 서두르고는 있으나 아직 마땅한 제품을 내놓을 수준이 아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기회가 있다.

이제까지의 축적된 배전자동화 기술과 운영경험은 우리의 큰 재산이다. 막대한 세계 시장이 있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제는 세계를 향해 뛰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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