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분야 융복합에 대하여
에너지자원분야 융복합에 대하여
  • 신성렬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승인 2013.12.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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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렬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성탄절과 연말이 가까운 요즈음 부산 중심가인 남포동과 광복동 일대 밤거리를 걷다보면 야간조명과 휘황찬란한 불빛의 유혹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빛의 잔치에 초대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답고 세련됐다. 빛과 어둠은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역사와 함께해온 주제라고 생각된다.

빛을 과학사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위대한 과학자인 뉴턴은 프리즘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빛의 반사, 굴절 및 색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했고, 이를 그의 저서 ‘광학’에서 발표했다. 백색광인 햇빛이 프리즘을 통해 무지개 일곱 색깔로 분해돼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을 어린 시절에 한번쯤 실험하고 신기해했으리라 생각된다. 뉴턴은 빛이 입자라는 입장이었지만 19세기 영, 프레넬 등의 과학자는 빛의 회절과 간섭실험을 통해 빛의 본질이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에는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플랑크와 아인슈타인, 콤프턴의 이론이 인정받고 있다.

우리는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세상과 주변을 문명의 상징인 빛으로 환하게 채울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는 이면에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자연의 축복이 함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에너지는 빛, 열, 탄성, 운동, 위치, 전기, 화학에너지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만큼 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관련 학문과 연구개발 방법 또한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국내 자동차회사의 TV광고는 ‘융합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전기전자+화학+IT+신소재’라는 답을 제시하며 자동차산업이 다양한 첨단기술의 융합 결과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덩어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폭 넓은 관련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동반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늘날 융합과 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항목이 돼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다고 할 수 있다.

융복합(Convergence)은 각각의 기술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복합적인 분야에 걸쳐 융합돼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전문분야의 각각 기술은 병렬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문제해결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각각의 기술 또는 학문분야는 독립적이며 고유성을 유지하게 된다. 지구온난화와 에너지문제에 대한 접근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연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는 온실가스 저감 및 처리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한 정책연구 및 경제학적인 관점의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통섭(Consilience)은 융복합의 또 다른 개념으로서, 범학문적 ‘지식의 통합’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자연과학, 철학, 인문학이 하나의 학문을 이루고 있었다. 르네상스 이후 각각의 학문으로 분화된 것을 이제는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수년전 우리나라에 개념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고, 삼성과 LG 등 기업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이 융복합이고 융복합이 가장 필요한 곳이 에너지자원 분야라고 생각된다. 석유 및 천연가스의 탐사 및 시추 등 자원개발에는 다양한 첨단기술의 융복합이 필요하고 고부가가치를 생산한다. 통상적인 공학기술은 기본이며 보건, 안전, 환경(HSE)분야와 경영과 관련된 사업성 평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또한 에너지자원 개발현장에는 지질학(Geology), 지구물리학(Geophysics), 석유공학(Petroleum Engineering)에 대한 고도의 전문가가 필요하고 전문가 사이의 팀워크와 융복합적 사고도 필요하다.

필자는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의 상류부분인 탐사개발(Exploration & Production) 가운데 석유탐사분야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교육한다. 석유탐사 현장에서 물리탐사자료를 취득하고 자료처리 및 해석을 통해 석유부존이 유망한 지질구조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는데 해양과학, 지질학, 수학, 물리, 전자, 전산 및 정보처리 분야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바탕이 된다.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잘 훈련된 인력을 산업현장으로 배출시키려면 각종 첨단실험실습 장비와 최신 운영 소프트웨어를 통한 융복합 및 통섭적인 교육과 연구는 필수적이다. 또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정책뿐만 아니라 연구소, 공기업 및 관련 산업체와 대학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비로소 통섭형 인재를 양성할 필요충분조건이 만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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