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을 보내며
2013년을 보내며
  • 한국에너지
  • 승인 2013.12.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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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는 12일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는 것이야 자연의 현상이지만 굳이 도시에 눈이 내리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 업계에 몸을 담은 지 짧지 않은 세월이지만 올해처럼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려웠던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임직원 40여명이 지금 영어의 생활을 하고 있다. 1년 이상 진행된 수사에서 추가로 수십명이 아직도 조사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전력 역사가 100년이 좀 넘지만 초유의 사태다. 이를 두고 ‘전란(電亂)’이라 부르면 될까? 아니면 에너지는 우리말로 열로 옮기니 ‘열란(熱亂)’이라 하면 좋을까?

이제 이 사건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마저 개운치 않다. 여기서 더 나가면 한전 전체로 칼날을 들이대야 하기 때문에 파장을 이쯤에서 막자는 정치적 논리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우리의 원전·전력 산업이 상당한 위치에 있다고 자부해 온 터에 그 속은 자유당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공적인 기업이 아니라 사적인 기업도 그렇게 운영하는 기업은 이 시대에 없을 것이다.

지난 11일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또 한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정부의 계획을 하루 전에 발표하고 이튿날 공청회라는 형식을 빌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해 확정해 버렸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년 여간 눈치를 보다가 일거에 해치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이유로 소위 민간 워킹그룹이라는 것을 내세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기만전술까지 펼쳤다. 누구를 위한 공기업이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고 싶다.

세계 모든 나라가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윤상직 장관의 눈에는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국민을 무시하고 이해 집단들끼리만 놀아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에너지 업계에는 올해 특별히 내세울게 없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서 아무런 정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한 해가 지난 지금 그 동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가 전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대한민국이 원전이 아니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는지 진정 고민은 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결국 우리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언젠가는 한 번 원전으로 인해 국가적 재난을 당할 날이 있을 것이다.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후세에 재앙을 물려주는 오늘의 우리 세대는 먼 훗날 역사에 죄인이 될 것이다.

한 해가 저무는 것은 하루하루가 저물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한 해든 두 해든 해가 바뀌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인이 된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27년간 옥살이를 하면서 말의 중요성을 깨닫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50년 동안 에너지 해외의존도 97%를 유지하는 우리의 에너지 산업은 긴 세월 하루도 에너지의 중요함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온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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