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에기본, ‘사실상 원전확대 정책’ 비판 봇물
2차 에기본, ‘사실상 원전확대 정책’ 비판 봇물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12.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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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열린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는 원자력 비중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 대해 사실상의 원전확대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한국전력 대강당에서 열린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정부안의 주요 5대 정책과제는 ▲수요관리중심의 에너지 정책전환 ▲분산형발전시스템의구축 ▲환경, 안전과의 조화 모색 ▲에너지 안보의 강화와 안정적 공급 ▲국민과 함께하는 에너지정책 추진 등이다.

특히 산업부는 2035년까지 원전비중을 민관워킹그룹이 권고한 22~29%의 범위 중 최대치인 29%으로 결정했다.

송유종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원전비중 29%일 경우 원전설비는 43GW까지 증가하게 된다”며 “현재 36GW가 확보된 상황이며 이후 7GW 정도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원안대로라면 현재 건설되고 있는 원전 5기(신월성 2호기·신고리 3,4호기·신울진 1,2호기)와 계획원전 6기(신고리 5,6호기·신울진 3,4호기·신고리 7,8호기) 외에 신규원전 부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 등에도 대규모 원전이 들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2035년 국내 원전은 현재 23기에서 대폭 늘어난 39~41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는 전세계가 총 2억3000만톤을 배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성장이 거의 1.5배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원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전비중을 22%로 낮출 경우 가스나 석탄발전으로 나머지 7%를 매워야 하는 데, 이 경우 원전비중을 29%로 결정한 정부안에 비해 온실가스가 11.5%~26.5%까지 늘어난다는 게 노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일본의 경우 원전가동 중단으로 화석연료 수입액이 급증해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원전비중 결정에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원전비중과 관련 산업계는 환영을 표했다.

패널로 나선 대한상공회의소 최광림 실장은 “전력예비율 부족으로 인해 국민생활은 물론 산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서 원전비중을 29%로 확정해야 한다 한다”고 밝혔다. 독일(52.6%)이나 미국(31.3%) 등 주요국의 예비율이 높고 15%이상이 적당한 예비율이라 알려져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30%감소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원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패널로 나선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상임정책위원은 “원전비중 29%안은 민관워킹그룹의 전력체계 분산화 권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에기본에 구체적 비중을 명시하기 보다는 애초 권고범위를 지침으로 천명하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전력설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 위원은 이어 “장기에너지수요전망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원전비중과 전기요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비중이 대단히 높지만 지속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있는 프랑스의 상황을 살펴보면 원전과 낮은 전기요금은 상관관계가 낮다는 설명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원전을 더 만들려면 강원도에서 수도권까지 초고압송전망을 또 설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문제 해결방안이 없다”며 “밀양사태의 재발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원전에 대한 국민수용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권고가 있었는데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며 “정부차원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원기 강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계획은 명백한 원전 확대정책”이라며 “원전 확대를 포기하고 안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비중이 강한 비판에 직면한 반면 분산형 발전의 확대방안에 대해서는 공청회 참석자 대다수가 공감했다.

송유종 정책관은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에 힘써 ‘35년 전력수요의 15% 이상을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 (現발전량 5%)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분산형 발전의 확대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분산형 전원으로의 변화는 전력산업의 기초체질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실행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광림 대한상의 실장은 “분산형전원 확대 공급하는 과정에서 소규모로는 경쟁력이 없으므로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 시 분산형 전원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분산형 발전을 위한 LNG가격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 LNG 세제 조정은 매우 긍정적”이라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 정책관은 “모든 것을 일시에 분산형으로 가자는 게 아니라 일부”라며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도록 할 수 있도록 어떻게 인센티브를 제공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에너지기본계획(안)은 국회와 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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