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0년 에너지 정책, 2014년에 달렸다”
“향후 20년 에너지 정책, 2014년에 달렸다”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12.30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섭 에너지기본계획 민간워킹그룹 위원장

현재 에너지 산업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일단 시장 규모에 비해 선투자가 많은 상황이다. 정책일관성이 떨어지면서 투자대비 성과도 낮아졌다. 기업의 분위기도 예전만 못하다. 수급은 불안하고 수용성 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이런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에기본의 초안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합동 워킹그룹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창섭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교수를 만나 에너지 산업의 2014년 전망에 대해 들었다.  


수급계획, 신재생 등 주요 정책현안 ‘줄줄이’
정부 로드맵 발표 시급 … 예측가능성 높여야

“2014년은 국가 에너지 정책이 사실상 완성되는 해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사용후 핵연료, 전력구조개편, 가스수급, CO₂문제 등 산적해 있는 대형 과제들을 해결해야한다. 하나하나만 떼어놓고 보기도 어려운데 이를 통합하는 작업까지 해야 한다.”

김창섭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교수는 “향후 20년간의 일관된 에너지 정책을 위해 2014년 한 해 동안 상세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창섭 교수는 “에너지기본계획이 기본방향을 설정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실행계획을 짜야 한다”며 “구체적 에너지 정책은 사실상 2014년에 완성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이번 정권이 에너지에 대한 위기의식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에너지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이 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에기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거버넌스(governance)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다양한 견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올 한해 조율 과정에서도 반드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가천대학교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녹색성장을 내세운 지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결정은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그리 잘못된 방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과거 IT버블처럼 에너지산업에도 버블이 만들어졌다.
당시엔 전기요금이 낮고 대기업도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등에 많은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이 생기지 않아 외화내빈이 돼버렸다. 수급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졌고 갈등관리도 서툴렀다. 결국 요금을 낮게 해서 수요만 늘려놓은 꼴이 됐다.

원전비중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중요한 것은 수요관리다. 이번 에기본은 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다만 현재까지 발표된 수요전망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가격인상이나 세제조절 등 구체적인 변수를 고려한 전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4년에 이런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긴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

애초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BAU에 대한 비판이 많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넌센스다. 올 1년 동안 앞에서 언급한 로드맵을 완성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7차전력수급계획에서 수요에 대한 전망을 재산정 해야 한다. 이것은 사회적 합의만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인 계산을 통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BAU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권고안에서 사용한 BAU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전력수급계획에서 결정될 것이다.

내년에 많은 부분을 결정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사실상 2014년 말에 완성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력수급, 신재생에너지, 사용 후 핵연료, 가스수급 등 첨예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에기본에 세부사항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다양한 견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보다는 만들어가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다.

수요전망을 위한 각종 로드맵이 조속히 결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키는 로드맵이다. 이에 따라 수급이 얼마나 줄지 전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요증가세를 잡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다시 세재나 요금을 강화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로드맵이 결정되지 않으면 동해안 송전선 문제나 지역이기주의, CO₂ 규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올해 로드맵 완성이 가능한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하지만 해야 하는 당위의 문제다. 자신이 처한 위치나 진영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보다 국가 전체를 바라보는 자세로 반드시 해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로드맵 없이 전기요금인상이나 한시적 세제조정에 그친다면 시장에서는 시그널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드맵을 발표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기업도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대비하게 된다. 기업이 에너지 효율 등에 투자하는 등 혁신적인 생각으로 2차 시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것이다.
시민단체도 민간워킹그룹에서 마련한 에기본의 기본정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현실성 있다고 생각한다.

수급문제 해결법은 없나. ESS가 과투자된 배터리 사업자에게 보조금 시장을 만들어준 것이란 관점도 있다.
결국 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민관워킹그룹에서 반핵을 주장해온 환경단체들이 동의하고 양보한 이유는 수요를 줄인다는 대전제 때문이었다. 전기요금 목표가격을 제시하는 등 로드맵을 만들고 이에 따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당국에서 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ESS는 사실 수급에 거의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산업과도 무관하다. 창조경제라는 프레임에 충실해야 하는 입장 때문에 시장을 만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에너지기본계획 과정에서 NGO 등 민간의원들이 많이 참여해 기대가 컷던 게 사실이다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공급에서 수요관리로 바꾼 것이나 분산형 전원 강화 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 구체성을 담보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너무 컷다. 게다가 권고안을 만들 당시에는 세수 조정이나 가격조정에 대한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거버넌스 무용론도 들린다
정부와 NGO 양자가 ‘결국 소용없었다’거나 ‘들러리로 세웠다’는 식으로 배신감을 느낀다면 악순환을 해소할 수 없다. 권고안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권고안을 바탕으로한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하라는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생산적이다.

모든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닌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결국 조율이 중요하다. 문제는 투자불확실성으로 이어져 에너지산업 자체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수급과 산업 양자가 무너지는 최악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구체적 로드맵을 결정해야 한다.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녹색성장위원회로는 불가능하다. 컨트롤타워는 실질적이어야 한다. 결국 정부밖에 없는데 위원회로는 힘들고 기재부와 산업부가 힘을 합쳐 결정해야 한다.
핵심은 갈등조정과 세제조정이다. 기재부가 세제조정을 통해 수익률을 조정하고 산업부가 시장육성과 갈등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갈등조정 과정에 거버넌스 확대가 필수적이다. 거버넌스가 깨지면 산업부도 힘들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부총리급 전담부처를 두는 경우도 있다
과거 동력자원부처럼 전담부서를 두고 긴호흡으로 산업을 바라보는 것은 장점이 많다. 하지만 현재 산업부 안에 1개 실이 전부다. 이를 당장 부처로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산업부 내에 실을 하나 더 만드는 정도가 현실성이 있다고 보지만 긴 안목이 필요한 에너지 산업의 특성이 현재 산업부 DNA와 어울리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에너지 산업 활성화도 중요한 이슈다
도로보다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부가가치도 높고 해외수출에도 유리하다. 다만 기업과 은행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워킹그룹에서 산업활성화에 대한 부분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웠다.

산업계에서는 시장에 명확한 사인을 줘야한다고 지적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예측가능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면 결국 산업이 무너진다. 로드맵은 예측가능성을 제시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목표가격이라든지 세수 정리 등 장기적인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이게 없으면 기업에서도 대응책을 내놓을 수 없어 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