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상반기 악재에도 투자는 계속된다
정유사, 상반기 악재에도 투자는 계속된다
  • 조재강 기자
  • 승인 2014.05.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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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너지 제3기고도화시설.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는 시작부터 악재의 연속이었다. GS칼텍스는 지난 1월 여수 원유부두에서 유조선과 충돌로 인해 원유가 주변 해안으로 유출되는 사고를 당했다. 연이어 4월에는 S-OIL 울산 온산 원유저장 탱크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업계의 시름을 깊게 했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유사는 10년, 20년 미래를 위한 투자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을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유사들의 사업계획을 살펴본다.
- 편집자 주 -

 

SK에너지, “내실화에 집중”

올해 SK에너지는 대규모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에 따르면 고도화 물량 확대와 원유도입 최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초 고도화설비 공정효율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출범한 계열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원유조달 비용을 낮춰간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역내 정제시설의 신규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개선 폭은 제한적일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투자보다는 기존 시설의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 2014년 1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350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 역내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의 점진적인 수요 회복과 일부 정제설비의 폐쇄에 따른 공급 감소로 정제마진이 개선됐다는 게 SK측의 설명이다.

또한 유가, 환율 변동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 감소로 영업이익이 흑자전환 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동기 영업이익 3835억의 10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실상 흑자 이유를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3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던 석유사업은 정제마진 개선, 환율변동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 축소 등에 따라 흑자로 전환 한 것이다.

결국 흑자전환은 적자폭이 줄었다는 의미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진정한 흑자로 보기에는 미미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향후 역내 석유 정제시설과 PX 등 아로마틱 제조시설의 신규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유·화학사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K에너지는 줄어드는 영업이익을 회복시킬만한 특단의 대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 마진이 악화되고 있고, 내수도 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연초 밝힌 공정효율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등 굵직한 프로젝트는 당분간 없다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이는 적자폭이 줄어든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국제 유가의 불안정과 정유사업의 마진 축소로 갈수록 사업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래선 다변화 및 마진 확보를 최대할 수 있는 트레이드에 힘쓸 것”이라며 “공장 증설과 같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현재 어려운 입장이고 내실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GS칼텍스, “PX 공장 증설 예정대로 진행”

여수 원유 유출 사고 이어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악재’
복합수지 공장 생산량 ↑ … 2016년까지 연 24만톤


GS칼텍스 2014년은 시작부터 악재로 시작하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 2월 4일 유조선이 여수시 낙포동의 GS칼텍스 원유부두의 대형 송유관을 손상시켜 원유와 나프타 등 16만4000리터가 유출된 것이다.
이는 GS칼텍스 측이 최초 추정했던 800리터의 약 205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유조선 충돌사고로 발생한 GS칼텍스의 피해금액은 약 4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으로 강등 처리했다. S&P도 GS칼텍스를 기존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재무구조가 국내 다른 석유업체에 비해 취약하고 추후 수익성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이유다.

악재에는 이뿐만 아니다. 일본쇼와셀·타이요오일과 합작해 만들기로 한 파라자일렌(PX)공장  증설이 늦어지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이하 외촉법)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GS칼텍스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법에서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해야 했기 때문에 GS그룹 손자회사인 GS칼텍스는 합작투자가 불가능했었다. 

GS칼텍스가 투자를 미루는 원인은 PX 업황의 부진 때문이다. 지난해말 톤당 550달러 수준이던 PX스프레드가 3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 삼성토탈 등이 PX증설을 마무리하고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런 악재를 뚫기 위한 결단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쇼와셀과의 PX공장 합작사업도 끝내 투자를 결정했다. 약 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GS칼텍스의 PX 생산 규모는 연 135만톤으로 추가 증설 투자가 결정되면 연 235만 톤으로 늘어난다. 이는 SK이노베이션(연 331만5000톤)에 이어 국내 2번째 생산 규모다.

뿐만 아니라 복합수지 분야의 투자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GS칼텍스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플라스틱(복합수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그동안 수요처 중심으로 공장을 완공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한해”라며 “2016년까지는 연산 24만톤까지 설비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중국 랑팡과 쑤저우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체코와 경남 진주에 연이어 복합수지 공장을 완공했다. 이로써 연간 생산 규모를 19만톤으로 늘렸다. 진주 공장은 연산 4만톤 규모로 여기서 생산하는 복합수지는 현대기아차·한국지엠·도요타 등 국내외 자동차 회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에 공급된다.


S-OIL, 대규모 석유·석유화학 8조 프로젝트 시동

지난 4월 온산공장 원유 유출 … 사후 예방에 총력 
울산 석유공사 매입 부지, 1단계 철거작업 및 설계

S-OIL도 악재를 피해가지 못 했다. 지난 4월 4일 오후 3시30분경 S-OIL 울산시 온산공장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울산소방본부와 S-OIL에 따르면 72만 배럴 규모의 원유 탱크에서 총 14만 배럴이 유출됐다. 사고 당시 탱크에는 57만 배럴의 원유가 있었고 믹서기 축이 이탈해 기름이 누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총 유출량을 14만 배럴로 가정하면 1540만 달러, 원화로 162억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S-OIL은 예상한다.
이와 관련 나세르 알 마하셔 S-OIL CEO는 현장에 내려가 직접 브리핑을 하며 사고 조기 수급과 사후 예방대책을 마련할 것을 공식 천명했다.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S-OIL의 올 사업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S-OIL의 실적이 지난해 동년기간 대비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S-OIL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년기간보다 85.5% 감소한 472억원을 기록했다. 난방유 수요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게 S-OIL의 설명이다.

정유사들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석유화학 부문이 꼽히고 있다. 내수시장이 정체된 데다 비중이 큰 중국, 동남아 수출이 줄어들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파라자일렌(PX) 마진 급락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S-OIL 관계자는 “1분기 PX 사업의 마진이 급락했으나, 정유 마진 개선의 영향으로 전 분기와 달리 흑자로 전환됐다”며 “적자폭 감소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러 악재에도 S-OIL은 최근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울산 원유 비축 기지 내 92만㎡ 부지를 519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8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투자는 S-OIL의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자사의 사업 분야를 석유개발 및 생산사업에서 정유 및 석유화학사업으로까지 확대하고자하는 전략의 일환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OIL에 따르면 올해부터 울산 석유공사 비축기지 부지에 중질유 분해시설 및 석유화학 하류부문 시설을 설치하는 1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17년까지 5조원이 투자되고 추가 3조원을 투입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이에 최근 미국 엔지니어링 회사인 포스터휠러와 기본설계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S-OIL은 신규 프로젝트와 관련,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시설계(8개월 소요)와 이사회 승인, 부지정지 공사(18개월), 프로젝트 건설공사(26개월)를 진행해 2018년 상업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완공되면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환해 연 25억 달러 이상의 수출 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회사 직접 고용 2000명 및 간접 고용을 포함해 약 2만5300명의 고용유발 효과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제시설의 첨단화,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사업 연계로 국제 경쟁력 강화를 꼽을 수 있다.
S-OIL 관계자는 “석유공사 부지를 활용해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필요한 추가 부지 확보를 위해 정부와 울산시와 협의를 추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필요할 경우 회사 내부 부지 일부 활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석유비축기지 지하화 사업은 10월까지 저장비축유를 이송, 2015년 5월까지 지상탱크 철거공사를 진행하고 2020년 6월까지 1350만 배럴 규모의 반영구적 지하저장 시설로 대체해 연 20억원의 유지관리비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울산 고도화 사업뿐만 아니라 국내 R&D도 확충할 계획이다.
S-OIL은 지난 2월 서울시와 마곡 산업단지에 석유화학기술센터를 건립 계약을 체결했다. 2만9099㎡ 면적의 부지에 건립되는 센터는 S-OIL의 정유 및 석유화학 하류부문 사업의 핵심역량인 R&D 기능 강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도화 시설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이용해 고부가 가치의 석유화학소재 관련 기술 연구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다.

마하셔 S-OIL CEO는 “마곡 석유화학기술센터 건립을 통해 석유화학 하류부문사업 진출에 필수 핵심 역량인 R&D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종합 정유·석유화학 ‘탈바꿈’

BTX, 수익 원년 … 하반기, 윤활기유 생산
울산신항 터미널 생산·완공 … 1000억 투자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1분기 영업이익이 1033억752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66억8960만원보다 47.4% 약 절반이나 줄어든 수치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전반적인 정제마진 하락이 영업이익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향후 마진 회복 여부가 실적 회복의 변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현대오일뱅크는 올해를 공격적인 경영의 결실을 맺는 한해로 보고 있다.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이후 투자를 이어간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양산 중이거나 준비 중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준공한 제2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전량 해외로 수출해 최대 1조원 가량의 추가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한 제2 BTX 공장은 총 6000억원이 투자됐으며 이 공장의 상업가동으로 현대오일뱅크의 BTX 생산량은 연 45만 톤에서 총 150만 톤으로 늘어나게 됐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윤활유 사업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종합석유회사인 쉘과 6 대 4의 비율로 출자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이 충남 대산에 윤활기유 생산 공장을 완공하기 때문이다. 하루 2만 배럴을 생산 예정인 이 공장은 국내 정유 4사중 유일하게 윤활기유 사업을 하지 않았던 현대오일뱅크의 신사업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2014년 하반기에 윤활기유 생산을 시작한다.

이외 카본블랙 시장도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본블랙은 석탄에서 나오는 콜타르나 석유에서 나오는 잔사유 등을 불완전연소시킬 때 생기는 그을음을 모아서 만드는 미세한 탄소분말을 가리킨다. 대부분 타이어, 튜브 등 고무제품을 만들 때 강도를 높이기 위한 용도로 투입되며 타이어 제조업체가 주 고객사다.

여기에 4월 9일 1000억원을 투자해 준공한 대규모 유류탱크터미널 사업도 본격 시작했다. 터미널 사업을 통해 연간 270만 톤 규모의 국내외 석유제품 물동량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신항 남항부두의 공유수면 8만7000㎡를 매립해 건설한 유류 저장시설은 5만DWT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총 28만kl의 석유제품을 수용할 수 있는 35기의 저유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 탱크로리(20kl) 1만4000대를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울산은 국내 석유화학단지의 중심지로 유류 저장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지역이다. 또 잦은 지진과 노후화 된 저유시설, 대형 유조선 접근하기 어려운 얕은 수심 등으로 인해 일본의 석유물류 대체지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오일터미널 관계자는 “석유사업자 입장에서 기름을 한 번에 많이 사는 것이 가격이나 운임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공사 중에도 이곳에 물량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공급하려는 일본 화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업성을 인정받아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2년에는 사모투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330억원의 재무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또한 현대오일터미널은 지난해 말 일본계 종합상사와 등유·경유 물량 5만톤을 계약했고 이후 일본과 싱가폴 화주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현재까지 현대오일터미널 총 저장용량의 90% 이상이 채워진 상황이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유류 저장사업이 윤활기유, BTX, 멀티자일렌(MX) 사업 등과 함께 현대오일뱅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며 “나아가 동북아 오일허브 전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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