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온배수가 신재생에너지? 정상의 비정상화
발전소 온배수가 신재생에너지? 정상의 비정상화
  • 이상훈 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 승인 2014.06.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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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산업부에서 추진 중인 창조적인(?) 제도 개선안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10일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및 제도 개선에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포함하여 RPS 이행실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일부 여당의원의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정의 개정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사실 발전소 온배수를 냉난방 열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열병합발전의 일반적인 형태로 IEA가 권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방식이다. 화석연료나 우라늄을 태워서 전기로 변환하는 발전과정에서 에너지의 50~60%가 열로 손실되는데 이 열의 일부만 활용해도 지역이나 국가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시는 지역난방 보급률이 98%에 이르는데 대부분의 열원이 열병합발전소와 폐기물 소각로에서 나오는 잉여열이다. 발전소 온배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권장할만한 제도이고 에너지관리공단에서도 지속적으로 폐열의 활용을 위해 노력을 해오고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가 타당성 분석에 들어간 일명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도 인천 등 수도권 공단지역의 발전소와 제철소 등에서 나오는 미이용 열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향상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되었다.

하지만 발전소 온배수를 에너지 이용 효율의 측면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포함하면서 비판이 들끓고 있다. 발전소 온배수는 화석연료 변환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에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원에 포함한다는 것은 단순화하면 화석연료가 재생에너지라는 황당한 얘기로 귀결된다.

 재생에너지는 고갈되지 않고 끊임없이 채워지는 속성이 있으며 이용과정에서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석유 등 화석연료 자원이 제한적인 선진국들이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하였고 현재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에서 핵심적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목적으로 각광받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연소 폐열을 새식구로 맞아들여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물론 국내 신·재생에너지 분류에 석탄액화가스화, 수소, 연료전지 등 신기술이나 에너지저장 형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발전소 온배수도 신재생에너지로 보기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발전소 폐열을 이용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열병합발전의 일반적인 개념으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이용합리화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온배수의 농업용 활용을 장려한다면 상식에 반하지 않고도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만약 산업부가 RPS 의무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전사들의 의무이행 수단을 확충하는 데,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원에 포함하게 된 주된 이유라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RPS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이다.

RPS 공급의무자들의 의무이행률이 2012년 64.7%, 2013년 67.2%에 그쳤다면 결국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인허가 규제를 개선하고 소규모 사업자들이 쉽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며 지역주민이나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시설에 우호적이 되도록 인식을 높이는 등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RPS를 대체할 발전차액지원제도의 부활이나 병행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률을 높여주기 위해 화력발전 폐열을 활용한다면 이는 RPS의 근본 취지를 뒤엎는 조치이다. 오히려 발전사업자들이 온배수 농업 활용에 치중하면서 RPS 도입시 기대했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더 소홀해질 것이다. 

발전소 온배수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간주하는 것은 합리적 제도 개선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개념과 정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며 발전사업자의 요구에 치우친 편의적 발상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에 역행하는 조치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더 지체말고 신·재생에너지 정의 및 분류를 국제기준에 맞게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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