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본사 부지 매각 소회
한전 본사 부지 매각 소회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09.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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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8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사옥과 부지가 팔렸다. 감정가격의 3배에 이르는 가격에 낙찰되어 세인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씁쓸한 마음 둘 곳이 없다.

한전은 1961년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3개 회사를 통합하여 발족한 한국전력주식회사의 전신으로 1982년 1월 현재의 이름인 한국전력공사로 태어났다. 서울의 여기저기로 사옥을 옮겨 다니던 한전은 공사로 출범하면서 새 사옥 건설을 준비하여 1986년 11월 현재의 삼성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한전의 직원이나 진배없이 수시로 20여년을 드나들면서 숱한 사연을 지녔으니 한전의 매각이 세인들과 같을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터가 좋아서일까? 삼성동에 자리잡은 한전은 1989년 국민주 2호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세계적인 전력기업으로 발전했다. 때로는 지나치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부처를 능가하면서까지 에너지산업 발전의 주역을 담당해 왔다.

노무현 정권의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온 공기업의 지방분산 정책으로 이미 많은 해당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별로 실감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전의 사옥 매각은 꿈을 현실로 바꾸어 놓고 있다.

에너지산업이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전은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옮겨 갈 예정이다. 한전이 옮겨가면 상징적으로 에너지 분야의 공기업 지방 이전은 완료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있는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옮긴다고는 하지만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만큼 지방으로 옮겨가는 공기업은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한전이 나주에 있으면서 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가는 주역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유기적인 업무 협조가 이루어져야 하는 자회사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힘을 모아낼 수 있을까?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 에너지 분야의 공기업 지방이전 정책은 산업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평준화 교육정책과 유사하다. 평준화 교육정책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실패했듯이 에너지 각 분야 산업이 이제 겨우 국제무대에 오르려는 찰나에 적지 않은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에 와서 손익을 따진다고 이사갈 집을 지어 놓은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미 이사를 가기로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으면 하루라도 빨리 가서 그 곳 이웃 사람들과 잘 사귀어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밖에.

국토 균형발전은 이론상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처럼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공기업을 이전하는데 그치지 말고 지방이 서울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방으로 간 공기업이 터를 잡고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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