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진자의 시
기후행진자의 시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4.11.17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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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D.C까지 기후 대행진을 마치며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달의 여덟 주기를
 
우리는
폭풍과 우박
하늘을 가로 지르는 번개와
작열하는 태양
사막의 장엄한 아름다움과
계절의 섬세함을 지나며
걸었습니다.

우리는
뜨는 해와 지는 해의 목소리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높은 산과 광활한 들
깊은 호수와 숲과 강의
울부짓음을 들었습니다.
자신들이 견디고 있는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변화를 향해 깨어달라고 호소하는

우리는
아픈 다리와 피곤한 몸을
대지의 품에 맡기고 
부서진 인간시스템의 복구를 위해 싸우자는
그 다짐을 날마다 새롭게 했습니다.

프래킹으로 생업을 잃은 아이오와의 유기 목장
주인 아주머니가  부탁했습니다.
“제발 우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나바호 인디안 추장 한분이
새의 깃털 하나를 주시면서 부탁했습니다
“우리 땅의 성스러움을 지켜주세요.”

우리가 들른 50개의 도시마다의 행진에서
하늘을 울리던 소리없는 아우성들
에너지 중독에 빠진 나라의  
환경난민들의 울음들

네, 우리는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우리는 전할 것 입니다
당신들을 아프게 하는 부정과 불공평을 위하여 싸울것 입니다.

우리들이 지킨 침묵은

얼음 위에서 먹이를 찾아 떠나니다 물에 빠진 북극곰과 
모래밭에 죽음으로 프라스틱을 뱉어 놓은 바다새와
강물 위에 허옇게 떼죽음으로 떠 올라 온 물고기들과
숲과 정글이 인간의 길로 갈갈이 찟어져
뛰어 다닐 수 없고 표효할 수 없는 산짐승들과
바뀌어진 계절로 먹이를 놓쳐
수천 수만 마일의 비행에서
더 이상 날개를 버틸 힘이없어 멸종하는 철새들과

오염된 하늘
쓰레기장의 바다
할퀴어진 대지의 자궁

높아진 바다물로 나라를 빼앗기고
가뭄과 홍수로 생업을 빼앗기고
산불과 산사태로 생명을 빼앗겼어도
호소할 목소리조차  없는
수십억의 지구촌 인간들의

소리없는 신음과 고통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목소리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다시 우리를 일깨웁니다.

나와 남이 다른 것이 아니고
우리와 그들이란 없고
우리가 보는 것
우리가 하는 것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 모두가
하늘 아래 모두 하나라는 그 목소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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