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가 에너지정책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지방정부가 에너지정책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5.07.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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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 수십 년동안 중앙정부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오던 에너지 정책이 요즈음은 지방정부가 주도권을 잡아 나가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주요한 흐름의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70년대 이후 경제개발을 하면서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은 중앙정부의 몫이었다. 탄광개발, 원전의 건설, 해외에서 석유를 사오는 일 등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잡고 있었다. 지방정부는 에너지 분야에서 기껏해야 연탄, 석유 판매업소의 인가나 취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보니 행정조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흐름을 본다면 2천년을 전후하여 석유사업이 완전히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가 정부의 시장 간섭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 전력산업은 민영화가 중도하차하면서 공기업의 행태로 중앙정부의 관리 하에 있다. 아직 핵심적인 에너지 산업과 정책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이고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에너지 산업은 지방정부가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 이 시대 에너지 산업의 흐름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00년대 중반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정책을 추구하면서 지방정부가 이 분야에 조직을 만들어 뛰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라 하겠다.
에너지라는 말이 들어간 지방정부의 조직이 탄생한 것은 이 무렵이다. 불과 10여년 전의 일이다.
지방정부가 에너지 산업과 정책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것은 박원순 서울 시장이 취임하여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라 볼 수 있다.
불과 3~4년 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줄이고 폐쇄한다는 등의 정책은 들고 나올 수 없었다.
박 시장의 이 정책도 이름 때문에 처음 중앙부처와 상당한 갈등을 겪었고 지금도 중앙정부가 서울시 정책에 비협조적인 이유는 정책의 슬로건 때문이다. 야당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러한 슬로건을 내걸 수 있었고 고집을 부릴 수 있었다고 하겠다.
박원순 시장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은 사실상 시민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정책도 아니다. 에너지에 대해서 너무나도 편하게 사용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에너지라는 아이템은 정치인에게 매력이 없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이 이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찌보면 집권 여당, 보수 세력이 옹호하는 ‘원전’이라는 것과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정책 아이템을 찾아내기 어려운 정치인들에게 에너지 문제가 정치의 아이템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물론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나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점 정책으로 에너지 정책을 홍보하기는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사실상 현실의 여건에서 지방 정권이 폼나는 일을 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돈이 많은 에너지 부문은 잘만 하면 중앙 정부의 예산을 끌어와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다른 분야보다 많다. 이러한 이점 이외 에너지 분야는 정치인이 다룰 수 있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복지 정책은 이제 앞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은 한계성에 이미 봉착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예산과 논란의 핵심에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 복지를 아이템으로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타 어디를 둘러보아도 정치인이 내세울만한 슬로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 경기도, 제주도는 어떻게 보면 중앙정부, 중앙정권이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에 나름대로 주도권을 잡아나가겠다는 것이다.
 현 정권이나 전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에서 인기를 끌었던 재생에너지 정책을 등한시하는 사이에 주도권이 지방정부로 넘어가버렸다.
서울(박원순 시장)은 야성을 등에 업고 반원전을, 제주(원희룡 지사)는 에너지 자립섬을, 경기(남경필 지사)는 에너지의 불명예를 씻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누구의 전략이 성공할 것인가? 모든 정책이 내용이 부실해서 실패하기보다는 국민들의 이목을 얼마나 끌어당기느냐 하는 전략에 있다.
박원순 시장은 반원전의 전략으로, 제주는 세계적인 탄소 제로섬으로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경기도는 슬로건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지방정치에서 성공한 정치인이 다음 대선 중앙 무대로 나갈 때 이들이 에너지를 어떻게 포장해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다.
왜냐하면 에너지는 지난 20여년 간 정책의 부재 속에서 덮어놓은 부분이 많아 포장만 잘하면 정치 이벤트로서의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98%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의 아킬레스건이다. 기후변화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정책으로서는 불가능하다.
누가 얼마나 잘 포장해서 정치적 잇슈로 끌어내느냐는 정치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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