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보는 '이익없는 기업은 사회 악 이다.'
다시 읽어보는 '이익없는 기업은 사회 악 이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5.07.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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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송유관공사 조헌제 사장의 경영 정상화 이야기

[한국에너지] 사무실 서고에 꽂혀있던 붉은 표지의 ‘이익 없는 기업은 사회 악 이다.’ 라는 책은 읽은 지 오래되어 기억에 없었다. 다만 이 책의 주인공은 조헌제라는 사람이 대한송유관공사를 훌륭한 기업으로 탈바꿈 시킨 경영 내용을 적은 것이라는 정도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조 사장 재직 시 사적인 인연도 없지는 않았다. 솔직히 옛 생각이 나서 다시 책을 꺼내들었다. 10여 년 전 이야기지만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서 몇자 적어 보고자 한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정부가 해안에 위치한 정유사들이 생산한 석유제품을 관로를 통해 전국으로 운반하기 위해 설립한 공기업이었다. 관로의 길이가 약 1000km에 이르는 에너지 산업의 대동맥이다. 계획보다 공기가 늦어지면서 건설비용이 예상보다 3배나 늘어나, 준공 시점에서 800억 매출에 400억을 이자로 갚아야 하는 부실 공기업의 대명사가 되어, 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민영화 1호로 지목돼 공기업에서 퇴출되었다.


조헌제 사장이 대한송유관공사의 직책을 맡은 것은 2001년.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붉은 띠를 두르고 민영화 반대 투쟁이 지속되고 있었고 일부는 명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나고 있었다. 4대 정유사가 주주로 전환한 공사는 미군 송유관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헌제 사장을 선임했다. 그러나 정유사들의 이해관계는 대립했고 명령받은 회사의 출근길은 노조가 가로막고 있었다.


배짱으로 출근길을 뚫은 조 사장이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외주를 주어 관리하던 넓디넓은 잔디밭을 임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800억 매출의 회사가 3000만원을 절약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사장은 물론 모든 임직원이 구역을 나누어 풀을 뽑았다. 부임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본사를 바로 옆 경인지사로 옮겼다. 본사에 공간을 만들어 사업용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취임하기 전부터 쟁의를 지속하고 있던 노조, 더구나 강성노조를 상대로 무모하다시피한 일들을 추진했다. 하는 일들이 다르고 특권의식에 젖어있던 본사직원과 지사를 합치는 일이 쉬웠겠는가?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 돈벌이를 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조 사장은 밀어 부쳤다. 본사에 공간을 마련하여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 연수원 사업이었다. 출근하여 반은 놀아도 월급이 남들 부럽게 받아 쥐던 공기업 직원들이 연수원 마케팅을 나섰으니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불문가지.


조 사장은 마케팅 교육을 시작했다. 연수원에 사람들이 오다보니 화장실은 아침에 청소하면 12시만 되면 엉망이었다. 연수원 팀을 이끌던 모 상무가 점심시간에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상무가 화장실 청소하는 것을 알게 된 팀원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본사를 연수원으로 개조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공사를 했던 직원들이 화장실 청소마저 자처했다. 물론 연수원 개조 공사비는 조 사장이 물품구입비밖에 주지 않았다. 연수원 사업은 송유관공사 직원들에게 의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수원에 음용수가 문제되자 수도를 끌어오는 대신 뒷산에 자연수를 끌어오면서 5억원의 비용을 절약했다. 지사에서는 빈 공간을 이용하여 채소를 가꾸어 5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비용을 줄이고 돈을 벌자는 인식이 전사적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저유탱크를 수리해야 할 판이었다. 깊이가 10미터나 되는 저유탱크는 전문가가 아니면 보수작업이 어려운 고난도 작업이다. 이번에도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하겠다고 나섰다. 모래와 공기를 분사하여 찌든 기름때와 페인트를 벗겨내고 용접을 해야 하는 일이다. 화이트 칼라가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해냈다. 낮으로는 본 업무를 하고 밤으로는 노동자가 되어 밤참을 먹어가면서 달려들었다.
또 어떤 지사에서는 드나드는 탱크로리 차들을 상대로 세차사업을 벌였다.

 

차 한 대 세차하면 얼마를 받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달려들었다. 블루칼라가 화이트칼라가 되기는 어렵지만 화이트칼라가 블루칼라가 되는 길은 시간 문제였다. 또 어떤 직원은 생수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여 생수사업에 뛰어들었다. 직원들이 스스로 비용을 줄이고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어 뛰기까지 조 사장은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고 배짱으로 맞섰다. 그렇게 하나둘 사업이 성과를 이루면서 전국망을 이용하여 원래 구상하던 물류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생산성본부에서는 송유관공사의 물류사업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류사업 모델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직원들로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 한 지사의 근무 직원이 3분의1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민영화를 하면서 일자리를 불안해하던 직원들은 한 사람도 쫓겨나지 않았다.


전국 송유는 연간 약 1억4천만 배럴. 5천대의 유조차가 일 년을 운송해야 하는 양이다. 연간 절약하는 물류비용은 약 1천억원. 에너지 산업의 대동맥이다. 하지만 준공하자마자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이 되었다. 초대 민영화 기업의 사장으로 부임한 조헌제 사장이 적자에서 흑자 기업으로 정상화시킨 사례는 에너지 분야를 넘어서 기업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 다른 어떤 경영 지침서보다 현실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간단히 요약했다. 모든 기업들이 어렵다. 경영진은 물론 함께 기업을 이끌어 가는 노사 모든 사람들이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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