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늘어나면 전력수요가 늘어난다?
인구가 늘어나면 전력수요가 늘어난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5.07.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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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 일본 우화 중에 ‘바람이 불면 통 장수가 돈을 번다’는 것이 있다. 한 때 유행했던 《철학에세이》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려서 사람 눈에 들어간다. 그러면 시각장애인이 늘어나는데, 시각장애인이 호구지책으로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해서 살아가야 한단다. 그리고 그 악기를 만드느라 고양이가 줄어들고, 쥐가 잡히지 않으니 쥐가 늘어나면 통을 갉아 먹고, 통 주문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초콜릿을 먹었더니 장수를 하더라는 식이다.


애석하지만 전력계에도 이와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공고된 7차 전력수급계획은 논의과정에서부터 씨끄러웠다. 계획의 골자는 수요가 30%이상 늘어날 것을 예상해서 미리 대비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생산활동 인구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체인구도 2030년 이후로는 완연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말은 좋지만 현실을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술 발전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는 비판도 들어둘만 하다. 이에 덧붙여 관련 산업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를 또다른 의문으로 제기하고 싶다. 이번 계획의 분명한 전제 하나는 전기 수요가 자연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기술이 그만큼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이나 절약은 스위치를 내리거나 플러그를 뽑는 ‘손’의 문제를 이미 벗어난 지 오래다.


사람이 챙기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챙겨도 아주 단순하게 챙길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별로 반영하지 않은 수급계획은 사실상 전력 과생산 계획은 아닐까?


이 계획을 짜는 사람들에게 ‘에너지 수입의존도’라는 말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비상 예비가 아무리 중요한 것이 전력이라지만, 이번에 공고된 계획은 논란이 됐던 쟁점들이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 전기소비자 입장에서 씁쓸함을 한참 넘어선 안타까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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