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₂O' 수력의 재발견
'E=H₂O' 수력의 재발견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5.08.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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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기반도 물,전기의 기반도 물 / 3분 안에 재시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발전방식
▲ 화천 수력발전소댐

[한국에너지] 수력을 이용한 발전은 역사가 오래돼 ‘신(新)’에너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굳이 발전이 아니더라도 수차를 이용해 방아를 찧는 물레방아는 인력이나 마소의 힘을 대신한 ‘에너지’ 활용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화력이나 원자력발전과는 달리 유량의 흐름과 낙차를 그대로 이용하고, 그 흐름과 낙차가 계속해서 재생된다는 면에서 ‘재생에너지’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하다. 아니, 정확하다.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 그것도 스마트한 재생에너지이다.


역사를 배워 보면 인류 문명은 물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물을 잘 다스리고 효과적으로 이용한 문명은 성공했고, 그렇지 않은 문명은 문명이라고 불리지도 않는다.


수력발전은 물을 잘 다스리고 효과적으로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수력발전은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굳이 수력발전이 아니더라도 전통적 발전방식에는 물이 필수적이다.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의 냉각에 물이 들어가고, 두 발전방식에서 터빈을 돌리는 증기의 주성분은 물, 즉 수증기이다.


그럼에도 수력발전은 다른 발전방식과 여러 모로 다른 점이 많다. 하천이나 저수지 등의 호소에서 물의 위치에너지를 직접 수차에 적용해 기계에너지로 변환하고, 이것을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물이 떨어지는 힘으로 수차(水車)를 돌리면 수차의 축에 붙어있는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은 외부의 전원이나 연료를 이용해 물을 끓여서 생성된 수증기가 터빈을 돌리고, 터빈이 돌아가는 힘으로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수력발전기의 출력은 낙차에 수량을 곱한 것으로, 수량은 지점별로 다르지만 그 양이 연간 강수량에 비례한다. 강수량이 적은 경우를 대비해 수차에 낙차가 크게 작용하도록 인공적으로 댐을 막기도 하고 수로(水路)를 바꾸기도 한다.
 
수자원은 다른 화석연료와는 달리 국내에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무공해 청정에너지인 동시에 발전용 화석 연료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다. 기동과 정지, 출력조정 시간이 원자력이나 화력 등 기타 전력설비에 비해 수력은 월등히 빠르다. 기동과 정지에 들어가는 시간은 대략 3-5분이다. 아무리 늦어도 10분안에 시동을 거는 것이 가능하고, 한번 발전을 시작하면 주파수가 일정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피크부하와 주파수조정에는 탁월한 발전방식이다. 특히 양수발전의 경우는 정지상태에서 3분 안에 재시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양수발전은 전력계통의 ‘3분 대기조’ 또는 ‘구원투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른 발전원(發電源) 품질 높이는 가장 큰 ‘에너지 저장 장치(ESS)’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에너지저장 기능도 있다.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대에 이미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양수호에 물을 담아 놨다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에 다시 그 물의 낙차를 이용해 발전을 하는 양수발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굳이 양수발전이 아니더라도, 하천의 수량과 낙차를 이용하기 위해 물을 저장해 두는 그 자체가 ‘에너지저장’ 기능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원자력 및 석탄화력 발전소의 대용량기가 불시에 고장날 경우 상시대기 예비력으로 운용될 수 있다. 외부 도움 없이도 스스로 신속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역 또는 지역 정전시에 지역 내의 자체 기동할 수 있는 수력발전소, 특히 양수발전소를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성된 전기는 대용량발전소가 정상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비상 전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래저래 수력발전은 전력의 품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수력발전 가운데 ‘소(小)’ 수력발전도 관심을 끌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나 보, 또는 소규모 하천 등 물을 이용하는 곳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소수력발전은 농업용 전기이용이나 지역 및 가정 전기 공급에 사용될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는 네팔 산악지역에 물레방앗간에 가까운 초소형 수력발전소를 만들기도 했다.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소형 수력발전기도 출시돼 있다.

 

<현장스케치> 청평양수·춘천수력·화천수력에 가다


● 호명호수

호랑이 울음소리 들리던 산에 양수발전설비 돌아가는 소리가

지난 17일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 인근. 호랑이 울음소리가 잦았다고 해 호명산(虎鳴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산 정상에 오르자 흡사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하는 넓은 호수가 펼쳐졌다. 산의 이름을 따 그 이름도 ‘호명호수’다.


호명호수는 전력공급을 위해 청평댐 물을 끌어올려 조성된 인공호수다.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로 15만㎡의 면적에 267만t의 물을 담고 있다. 청평호와 어우러져 ‘2층 호수’ 같은 독특한 경관이 연출된다. 한가운데에는 초대형 거북이가 떠 있다. 길이 18m, 폭 10m, 215W짜리 24장의 태양광 집열판이 장착돼 있다. 여기서 5.2kW의 전기가 생성된다.

● 청평양수발전소

신속한 공급과 계통 안정화, 서울 및 수도권 전력 ‘보루’

호수를 지나 내려오자 양수발전소로서는 국내 최초,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건설된 한국수력원자력 청평양수발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청평양수발전소는 1980년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건설돼, 1980년 4월에 준공됐다. 설비용량은 20만kW 2대로 도합 40만kW이다.


최승경 한수원 청평양수발전소장은 “다른 발전소들에 비해 작아서 그 역할이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서울 근교에서 수도권 전력 비상시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또 “양수발전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계통 안정화”라며 “올해는 한여름이 지난 뒤에도 폭염과 이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이 예상돼 전력계통 ‘마지막 보루’인 우리 양수발전소가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수력교육훈련센터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수력인 양성의 요람

청평양수발전소를 둘러본 뒤 지난 7월 준공한 수력교육훈련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센터는 총면적 2435m2 부지에 33개의 생활관, 각종 모의 훈련실 등 다양한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자들의 방문 당시 센터에는 모의훈련실에 시뮬레이터 설치가 한창이었다. 올해 말까지 실전과 같은 훈련이 가능한 설비를 갖춰 내년부터는 더욱 수준 높은 교육훈련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수력교육훈련센터는 강의실이 1곳밖에 없었다. 실습실도, 생활실과 식당도 없었다. 한수원은 센터를 새롭게 단장해 해외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수력인 양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현재 네팔 차멜리야 지역에 3만kW급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중·대수력 설비의 원천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수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고 있는 것이다. 한기학 한수원 수력교육훈련센터장은 “앞으로는 센터에서 체계적인 해외사업 관련 교육이 가능해 해외 진출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 춘천수력발전소

한강수계 댐 통합 운영 ‘한강원격감시제어소’

센터에서 일박을 한 뒤 이튿날 아침 방문한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춘천수력발전소. 이곳에는 한강원격감시제어소가 자리하고 있다. 화천, 춘천, 의암, 청평, 팔당댐을 통합 운영하는 한강수계 전체의 ‘컨트롤타워’다. 수력발전소는 발전만큼이나 수자원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관리 일원화는 중요한 과제다.


제어소에 들어서자 대형화면에 각 발전소의 출력, 강수량, 유입량과 방류량 등의 현황과 수위변동현황 등이 한눈에 펼쳐졌다. ‘발전 및 수계운영시스템(PAROS, Power And Reservoir Operating System)’덕분이다. 시스템을 통해 한수원 운영 발전소와 더불어 소양강댐, 충주댐 등의 실시간 자료도 받아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배봉원 한수원 수력운영실장은 “제어소는 발전기 운영-발전사, 송전계통 운영-한전, 전체계통 관리-전력거래소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 화천수력발전소

남한최북단 발전용댐, 수문 설치로 가뭄·홍수 대처

제어소에 이어 도착한 화천수력발전소는 남한 최북단에 있는 발전용 댐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국군 제6사단이 끝까지 탈환하기 위해 애쓴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당시 이 지역에서 6만2000여명의 중공군이 사살되거나 포로가 됐다. 이 때문에 원래 ‘화천호’였던 이 호수의 이름이 ‘포로를 깨부순 호수’라는 뜻으로 ‘파로호(破虜湖)’라고 바뀌게 됐다.


1953년 7월 휴전 협정 이후 화천수력은 지속적으로 발전기를 증설했다. 1957년 11월에는 3호기, 68년 6월에는 4호기를 준공해 시설용량은 10만8000kW로 늘어났다. 2003년 12월에는 비상 방류구에 영구 수문을 설치해 가뭄이나 홍수에나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극심한 가뭄으로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저수량이 가파르게 낮아져 한수원은 화천, 춘천 등 발전용댐의 발전방류량을 예년보다 높였다. 소양강댐 등에서 담당하던 일부 용수 공급 역할을 화천댐과 춘천댐이 담당해 제한급수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 국내 수력발전소 현황
 
수력발전소는 국내에는 청평을 비롯해 삼랑진, 청송, 산청 등 7곳의 양수발전소와 춘천 및 화천 등 10곳의 수력발전소가 있다. 이들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530만㎾로 원자력발전소 5기 용량을 넘는 수준이다. 이는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여름 및 겨울철 전력수요 피크시 예비전력의 마지막 보루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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