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위주. 저(低)가격 정책에서 수요관리로 전환할 때
공급위주. 저(低)가격 정책에서 수요관리로 전환할 때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15.10.05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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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연구원 박주헌 원장



[한국에너지] - 원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친정에 오신 거나 다름없겠어요.

예, 감사합니다. 연구원을 떠난 뒤에도 늘 교류를 해왔고 마음속으로 연구원을 많이 아껴와서 그런지 마음이 편합니다.
 

- 에너지 문제를 전담하던 동력자원부가 폐지된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에너지 산업에 많은 문제가 노정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에너지 정책의 발전이 없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공급위주’ ‘저가격’ 정책이 에너지 정책의 큰 줄기였습니다. 우리 에너지 정책의 출발은 에너지 최빈국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산업화 초기에 수출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원가경쟁력을 우선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급위주의 정책은 국제 유가변동과 같은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고, 저가격 정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를 만들어내는 후유증을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여건에서 정책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고 봐야지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방관적 자세를 취해왔던 교토 기후변화체제에서는 우리가 실질적인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었지만 더반체제는 미·중이 주도적으로 임하고 있어 우리가 넘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공급위주의 정책은 자연스럽게 수요관리 위주로 넘어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에너지 문제는 목적자체가 아닌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보았기 때문에 동력자원부가 산업부로 통합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제는 기존의 성장방식이 한계에 왔습니다. 에너지신산업을 신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 에너지 산업의 독자성을 살려나가는 계기를 만드는 중요한 정책전환이라 해도 되겠지요.
 

- 우리나라는 70년대 성장 시대부터 에너지의 해외의존도는 97% 수준이었는데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뭐 대책이 없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아시다시피 부존자원이 없어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봐야지요. 해외의존도를 낮출 방법은 찾기가 어려워요. 다만 에너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요.


첫째는 에너지 절약입니다. 지금 이 대낮에(오후2시경) 사무실에 전기 불을 켜놓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절약이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제적 논리로 보면 소비자는 싼 것은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잡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둘째는 국산 에너지를 개발해야 합니다. 국산 에너지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국산에 가까운 원자력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회적 수용성이 낮은 관계로 많은 저항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전의 안전성을 높여 나가고 비리가 없도록 잘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셋째는 해외 자원개발입니다.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해외 자원개발은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저유가 시대에는 값싸게 사들여오는데 재미를 붙이다가 유가가 오르면 개발에 나서는 정책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내부적인 역량은 부족한데 지나친 목표만 요구하니 할 수 있는 것은 생산광구의 지분을 사오는 길 밖에요. 해외자원은 탐사개발을 해야 하고 그에 걸맞는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 해외자원 개발은 감사원 감사에서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아마 상당기간 어렵지 않겠어요. 석유자원 개발은 유가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지난 정부는 기업의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 목표만 제시했고 공기업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해외자산을 사들였지요. 그러한 때에 미국의 세일가스가 나와 유가가 폭락 하다시피 했습니다. 비쌀 때 샀으니 적자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해외의 자산 취득은 적립식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꼬박꼬박 돈을 넣다보면 언젠가는 쌓이고 오르지 않겠어요.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해외자원 개발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과정을 거치면서 얼마나 더 성숙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업의 역량을 올리는데 더 집중하고 작더라도 운영권 중심, 탐사위주의 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가야 합니다. 지금 자원개발은 쉬운 곳이 없어요. 남아 있는 자원은 모두 극한지역이나 오지 밖에 없어요. 자원개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장부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에너지의 안보적 차원에서 긴 안목으로 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 에너지 원 단위는 에너지 산업의 효율이라고도 보아집니다. 일본의 원 단위와는 많은 차이가 있어요.

에너지 원 단위는 재화 1000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량이지요. 2013년 기준으로 일본의 2배 정도입니다. 10년 전에는 3배쯤 되었을 것입니다. 격차를 많이 줄였지요. 하지만 에너지 원 단위는 꼭 한 나라의 에너지 효율을 나타낸다고는 보기 어려워요.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대리 지표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와 일본은 기후의 차이·난방의 유무·산업 구조의 차이 등 직접적인 비교는 좀 어려워요. 2013년 기준으로 제조업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는 30.8%인데 비해 일본은 19.2%로 그 차이가 커요. 또 제조업이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52.9%, 일본은 38.3%로 차이가 나요. 그리고 석유화학의 원료·제철산업의 원료탄 등 비에너지로 사용되는 비중이 우리가 많습니다. 또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절약 기술과 국민들의 검소함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질문에 담긴 뜻을 알겠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본연의 업무이지요. 국가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에너지 부처가 사라지면서 에너지 산업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지요.

질의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다른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에너지 이슈는 다른 이슈와는 달리 여러 집단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외교문제·관련된 기술 등 그야말로 모든 분야에 걸처있기 때문에 어떤 하나의 관점으로 에너지 정책을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에너지 정책은 산업부에서 다루지만 환경부·외교부 등 다른 부처도 관여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에는 에너지 정책이 국방 정책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는 하나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이지요. 그것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들이 다양한 분야를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기도 하지요.
 

-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정부의 용역기관이라는 비판이 많은 것은 알고 계시지요.

인터뷰가 힘들어요.




- 지면이니까 정제하겠습니다.

정부와 주종관계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보완관계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정부의 출연기관은 대학이나 민간연구소와는 다른 측면이 분명 있어야지요.


국가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역할을 해야지요. 우리 같은 연구원은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은 숙명이고 그 길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전문가적인 컨설팅이 필요할 때는 우리의 역할을 다해야지요.


현안에 대해서 논의할 때 정부가 우위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워요. 우리 연구 기관이 정부와 달라야 하는 것은 중장기 정책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덧붙여 말씀드리면 중장기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평생 연구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필요한데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 취임하시면서 포부가 있겠지요.

해외자원(특히 석유)개발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상류부문에서 하류부문까지 석유산업에 활로를 불어넣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신산업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 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전의 현실성을 국민들이 이해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하려 합니다.
 

- 말씀하신 내용이 국민들이 에너지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대담 남부섭 발행인
정리 조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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